등록 : 2014.08.11 20:41 수정 : 2014.08.1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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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0일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 운집한 군중들에게 이라크에서 종교적 소수자인 기독교인들을 겨냥한 폭력으로 어린이들이 숨진 것에 분노하며 이런 범죄행위의 종식을 전세계에 촉구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한국 방문에 대해 “기도를 통해 나와 함께 동반해달라”고 주문했다. AFP 연합뉴스 |
동성애
교회 입장 따르지만 균형도 필요
그들 처지에서 출발해 연민해야
젊은이들에게
위대한 이상을 갖고 계속 도전할 것
시류 거슬러 가는것 두려워말아야
프란치스코 교황(78)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메시지를 행동뿐 아니라 강론과 인터뷰를 통해서 분명히 공표하고 있다. 성직자들에게 교회 밖으로 나가라고 촉구하는 그의 파격적인 언행들은 얼음장처럼 굳은 세상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균열을 내고 있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떻게 생각할지 강론과 문서, 인터뷰 외에 여러 저서를 참고해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봤다.
성직자의 사회참여
교회가 닫힌 공간이 되면 병
거리의 사람들과 마주해야
정치와 경제의 목적 최소한의 복지 제공하는 수단
인간적 역량 발전시킬 환경 필요
-하느님은 어떤 분인가?
“더 크신 하느님, 놀라움의 하느님이다. 창조적이시고 닫혀 있지 않다. 그래서 결코 경직된 분이 아니다. 따라서 (하느님이 창조한) 인간 존재도 이미 기록된 악보가 아니다. 그래서 신앙생활은 모험이요 추구이며 하느님께로 새로운 공간을 여는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이 더 경직되고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닌가?
“예수님은 자기만 생각하고 하느님과 대화하지 않는 이기적인 그리스도인을 원치 않는다. 또한 나약하고 자기 의지가 없는 그리스도인, 창의력을 발휘할 줄 모르고 남의 지시대로만 움직이는 그리스도인도 원치 않는다. 예수님은 우리가 자유롭기를 원한다. 자유는 양심에 따라 하느님과 대화할 때 얻어진다. 하느님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그리스도인, 양심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은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의 양심에 더 많이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왜 성직자들이 교회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했는가?
“교회가 닫힌 공간이 되면 병이 난다. 한해 내내 닫아둔 방에 들어가면 습한 냄새가 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리로 나가면 거리의 사람들과 같은 사고가 날 수 있지만, 문을 닫고 병든 것보다야 그런 사고를 마주하는 교회가 천 배나 낫다. 교회는 인간의 하녀다. 교회는 사람을 섬기러 육(몸)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믿는다.”
-왜 늘 빈자를 이야기하며 그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말하나?
“그리스도인은 항상 선과 악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심지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말이다. 빈자들 안에서 그분을 느껴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몸인 빈자들에게 다가가야만 이것이 정말 가난이구나라는 것을 알기 시작한다. 주님의 가난 말이다.”
-규제 없는 자본주의를 왜 독재라고 했는가?
“지금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돈, 돈, 돈이다. 하느님 아버지는 우리에게 땅을 지키라는 임무를 주셨다.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사람들은 이익과 소비라는 우상에 희생되고 있다. 컴퓨터가 고장나면 큰일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주가가 10포인트 떨어지면 뉴스거리가 되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궁핍과 가난, 비극적인 사연들은 평범한 일로 치부해버린다. 소수의 소득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대다수의 소득은 취약해지는 중이다. 이런 불균형은 시장의 절대 자율과 투기매매를 장려하는 데서 연원하고, 국가가 공동선을 위한 감독 권리를 거부하는 이데올로기에서 연원한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폭정에 법이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있다. 거기다가 부정부패와 이기적인 조세화가 세계적으로 확장일로에 있다. 권력과 소유가 한계가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정치와 경제의 목적은 무엇인가?
“제일 가난하고 제일 약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봉사에서 시작한다. 경제와 정치의 모든 이론과 실천은 각자에게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 작동해야 한다. 품위를 갖고 자유로이, 가족을 부양하고 자녀를 가르치고, 하느님을 찬미하고, 자기의 인간적 역량을 발전시킬 가능성이 제공되어야 한다.”
동성애
교회 입장 따르지만 균형도 필요
그들 처지에서 출발해 연민해야
젊은이들에게 위대한 이상을 갖고 계속 도전할 것
시류 거슬러 가는 것 두려워 말아야
-한국에선 성직자의 정치 참여(발언)를 놓고 논쟁이 빚어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빌라도와 같은 행동, 다시 말해 손을 씻으며 뒤로 물러나는 짓을 할 수 없다. 할 수 없고말고. 우리는 정치에 참여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정치란 공동체적 선을 찾는 좀더 특성화된 사랑의 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정치적 행동을 해야만 한다. 오늘날 정치는 매우 타락했다.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의 정신으로 왜 그것이 타락하지 못하도록 하지 않는가 하고 물어야 한다.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공동체의 선을 위한 다양한 길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세월호 참사란 비극을 겪었지만 진상규명조차 안 되고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이들도 있다. 군대 폭력으로 많은 젊은이와 가족들이 고통 받고 있다.
“우리는 같은 가족의 한 부분이며 공동의 운명을 공유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하나의 형제적 공동체가 되도록 해야 하며,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서로 돌봐주는 세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폭력과 불의에 저항하도록 부르심 받았다. 불의와 폭력에 무관심하거나 침묵할 수 없다. 좀더 정의롭고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사회적 비극에 대해 종교인의 자세는 무엇인가?
“수도자는 예언자다. 교회 안에서 수도자들은 예수의 삶을 증언하고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때의 모습은 어떠할지를 선포하는 예언자가 되라고 부름 받았다. 수도자가 예언을 포기해선 결코 안 된다. 이는 교회의 교계적 부분에 맞서라는 의미가 아니다. 예언적 기능과 교계적 구조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수많은 성인 수도승들, 남녀 수도자들이 했던 일을 생각해보면 때때로 소란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예언은 시끄럽고 소란을 피운다. 사실 예언의 은사는 누룩이 되는 것이다. 곧 예언은 복음의 정신을 선포하는 것이다.”
-한국은 4대강 개발 사업으로 자연적인 기능이 크게 훼손되고, 핵발전소의 방사능 오염 위험, 송전탑으로 인한 농촌환경 훼손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는 창조계의 ‘지킴이’이다. 대자연에 새겨진 하느님의 계획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타인을 지키고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파괴의 표지, 죽음의 표지판들을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이 세계가 나아가는 발걸음을 이런 표지판들이 따라붙게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가인 남북한 분단과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남과 북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서로 만나는 데 지치지 않기를 바란다. 아시아는 다양한 민족과 종교들이 평화롭게 공존해온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상호 존중의 전통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동성애를 어떻게 봐야 하나?
“교회의 입장은 다 알려져 있고 나는 교회의 아들이니 이를 계속 말할 필요는 없다. 선교사목은 교의적 가르침을 무작정 전달하는 일에 강박적으로 매달리지 않는다.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교회의 도덕적 체계는 종이로 만든 성곽처럼 무너지고, 복음의 신선함과 향기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하느님께서 동성애자인 사람을 바라보실 때 애정을 가지고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할까, 아니면 그 사람을 단죄하면서 물리치실까? 항상 사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의 신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느님은 사람들을 삶 안에서 동반하신다. 그들의 처지에서 출발해 연민으로 동반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청년대회에 만나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재능을 그냥 묻어두지 마라. 마음을 넓혀주는 이상, 여러분의 재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도와줄 유익한 이상, 그 위대한 이상에 매진하라. 우리에게 삶이 주어진 것은 자신을 위해 그 삶을 탐욕스럽게 지키라는 의미가 아니라, 남들에게 베풀라는 뜻이다. 깊은 영혼을 가지고 원대한 꿈을 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전념하고 희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장래를 걱정하지 마라. 희망을 잃지 마라. 지평선 위에는 언제나 빛이 있다. 시류에 거슬러 가라. 하지만 시류에 거슬러 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분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실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과 일치해 있다면 무서울 것이 없다. 곤란이나 시련이나 몰이해나 무서울 것이 없다. 본래 청춘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선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희망을 품고 도전하는 것이다. 젊음은 큰일에 투신하는 것이다.”
문답에 참고한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원음을 담은 공식 대담집인 <교황 프란치스코>(솔)와 <교황 프란치스코,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말들>(소담출판사),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가톨릭출판사), <사진으로 만나는 교황 프란치스코>(알에이치코리아), <세상의 매듭을 푸는 교황 프란치스코>(하양인) <네 형제가 어디 있느냐>(빛두레) 등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