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이용훈 주교님

신앙과 경제 (150)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대 (2)

김레지나 2014. 8. 27. 16:01

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50)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대 (2)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교회’ 앞장
‘새로운 복음화’의 사회적인 차원 강조
단순히 시혜 베푸는 자선의 차원 넘어
불평등 구조적 원인 맞서 싸우길 요청
발행일 : 2014-07-13 [제2903호, 7면]

전 세계적으로 ‘프란치스코 효과’를 불러일으키며 곳곳에서 ‘프란치스코 신드롬’을 낳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걸음걸음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황의 몸짓 하나하나,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진 매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형제나 가족 등 그를 가까이서 지켜봐온 이들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그가 보여주는 행동의 ‘진정성’에서 그가 가진 힘이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교황이 된 지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는 자신의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강조하고 있는 ‘다치고 상처 받고 더럽혀진 교회’(49항)를 말로서만이 아니라 앞장서 몸소 실천함으로써 교회는 물론 세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리스도인들에게마저도 생소하게 다가왔던 교황의 말과 행동이 이내 환호와 박수로 바뀌어 왔음을 우리는 생생하게 목격하였습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새로운 복음화의 새로운 단계를 이야기하면서 복음의 사회적 차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황이 새로운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을 강조하는 이유는, 사회적 차원에 대해 강조하지 않으면 신앙의 고유한 내용이 위험에 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회의 복음화 사명 그 자체가 퇴색되기 때문입니다.(176항 참조)

우리는 「복음의 기쁨」을 통해 교황의 눈길이 향하는 곳을 함께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의 눈길이 오래도록 머무는 곳은 바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 곁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됩니다. 이 때문에 교황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소 찾으셨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복음의 기쁨」의 많은 부분이 나눔, 배분, 불평등, 소비주의 등 정치와 경제 문제로 향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됩니다. 특별히 교황이 ‘가난한 이들의 사회적 통합’을 ‘평화와 사회적 대화’와 함께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문제(시대의 징표)라고 강조하는 이유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185항)

교황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수많은 질곡을 낳고 있는 ‘가난’이 ‘연대성의 결여’(187항)와 ‘소수의 재화 독점’(188항), ‘무참한 불의의 상황과 그 불의를 지속시키는 정치 체제’(194항), ‘자기중심적인 생활 방식’(195항)과 ‘시장과 금융 투기의 절대적 자율성과 불평등(한 소득분배)의 구조’(202항), 그리고 ‘시장의 눈먼 힘과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맹신(204항) 등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가난’을 숙명이나 운명, 불운, 혹은 게으름 등 개인의 탓으로 보지 않고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 교회의 복음화 사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시혜적 태도와 조치를 넘어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들과 맞서 싸울 것”(202항)을 요청합니다.(204항)

그리스도인이라면 ‘사랑’을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자선행위 정도의 개인적 행동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창립자이신 예수님 이래로 사회적 차원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을 가르쳐오고 있습니다. 이는 “상황에 따라, 사회의 중개(사회의 결정, 계획, 구조, 과정)를 활용해 이웃의 삶을 개선하고 이웃의 가난을 초래하는 사회적 요인들을 제거”하라는 주님의 초대입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