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19명 탈출시키고' 54일 만에 바다에서 돌아온 딸
[세월호 참사]단원고 1반 담임 유니나 교사, 학생 구하러 3층 내려갔다가 실종돼 머니투데이 진도 입력 2014.06.08 17:50 수정 2014.06.08 18:41[머니투데이 진도(전남)=박소연기자][[세월호 참사]단원고 1반 담임 유니나 교사, 학생 구하러 3층 내려갔다가 실종돼]
"머리모양도 비슷하고 반지도 그렇고… 우리 딸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아버지의 목소리는 떨렸다. 54일 만에 들려온 딸의 소식. 사고 직후부터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오매불망 딸을 기다린 아버지는 머리모양과 반지, 옷차림뿐인 딸의 '신호'에도 감격했다.
1반 담임 유니나 교사(28·일본어) /사진=가족 제공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8일 오전 10시35분쯤 세월호 3층 식당 의자 밑에서 구명동의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 희생자 1명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가족 확인 결과 희생자는 안산 단원고 2학년 1반 담임 유니나 교사(28·일본어)로 밝혀졌다. DNA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유 교사임을 확신했다.
유 교사가 맡은 1반은 학생 19명이 구조됐다. 10개 반 가운데 생존 학생이 가장 많은 반이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 교사는 침몰 당시 탈출이 용이한 5층 객실에 있었지만 학생들을 구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실종됐다.
"우리 니나는 1반이잖아요. 19명 내보내놓고, 빨리 나가라고 소리 질러놓고… 난간인가 봉 같은 걸 붙잡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9시반쯤 반 학생한테 전화가 왔대요. 식당 쪽에 친구가 다쳐서 있으니 빨리 오시라고. 그 전화 받고 3층으로 뛰어 내려간 다음에 연락이 끊겼대요."
어머니는 "전화가 안 왔더라도 19명 숫자 세보고 모자라니까 또 찾으러 갔을지 모른다. 애가 착해서 아이들 내버리고 나올 성격이 못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 당시 제자들을 챙기기에 바빴던 딸은 가족에게 문자메시지 하나 남기지 않았다. 가족들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54일 후 3층 식당에서 발견됐다.
유 교사는 속 한 번 안 썩인 착하고 예쁜 딸이었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맞벌이를 했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바르게 자라줬다. 일본 유학도 장학생으로 발탁돼 무료로 다녀왔다. 학원 한 번 안 가고 임용시험도 한 번에 합격했다. 젊을 때 배워야 한다며 대학원도 다닐 만큼 열심이었다. 그런데 첫 발령을 받은 단원고에서 교편을 잡은 지 4년 만에 사고를 당했다.
유 교사는 어머니에게 친구 같은 딸이었다. 4~5시간 거리의 고향집에 틈만 나면 내려와 쇼핑도 하고 엄마와 영화도 보고 밤새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아버지에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천상 딸이었다. 5월 어버이날 선물도 미리 챙길 만큼 효녀였다. 54일이 지났지만 딸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 어머니는 '아직도 기가 막혀서 자다가도 발딱발딱 깬다'고 했다.
"사고 일주일 전엔가 친구 결혼식이라고 집에 왔더라고요. 애가 밝고 상냥하긴 한데 쑥스러워서 덥석 안기는 건 못 하는데, 그날따라 안 하던 짓을 하더라고. 막 '엄마' 하면서 애기처럼 안기기에 토닥거리면서 '우리 막둥이'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사고가 나려고 그랬는지…"
가족들은 지난 54일간 눈물로 유 교사를 기다렸다. 4년간 단원고 앞에서 함께 자취하며 여동생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해왔던 오빠는 사고 당일부터 진도를 지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진주에서 사고소식을 듣고 진도까지 4시간 반이 걸려 내려왔다. 아버지가 운전하며 눈물을 쏟아 계속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 아버지는 수차례 바지선을 오르며 딸을 기다렸다.
아버지는 "늦게나마 딸이 돌아와줘 고맙고, 교사로서 본분을 다한 딸이 자랑스럽다"며 "구조에 힘써준 관계 부처와 잠수사들, 봉사자들과 도움의 손길을 준 여러 단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실종자들도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원한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8일 오후 5시 기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사망자는 291명, 실종자는 13명이다. 양승진(57·일반사회·인성생활부장)·고창석(43·체육) 교사 등 단원고 교사 2명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진도(전남)=박소연기자 soyunp@mt.co.kr
<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머리모양도 비슷하고 반지도 그렇고… 우리 딸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아버지의 목소리는 떨렸다. 54일 만에 들려온 딸의 소식. 사고 직후부터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오매불망 딸을 기다린 아버지는 머리모양과 반지, 옷차림뿐인 딸의 '신호'에도 감격했다.
유 교사가 맡은 1반은 학생 19명이 구조됐다. 10개 반 가운데 생존 학생이 가장 많은 반이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 교사는 침몰 당시 탈출이 용이한 5층 객실에 있었지만 학생들을 구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실종됐다.
"우리 니나는 1반이잖아요. 19명 내보내놓고, 빨리 나가라고 소리 질러놓고… 난간인가 봉 같은 걸 붙잡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9시반쯤 반 학생한테 전화가 왔대요. 식당 쪽에 친구가 다쳐서 있으니 빨리 오시라고. 그 전화 받고 3층으로 뛰어 내려간 다음에 연락이 끊겼대요."
어머니는 "전화가 안 왔더라도 19명 숫자 세보고 모자라니까 또 찾으러 갔을지 모른다. 애가 착해서 아이들 내버리고 나올 성격이 못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 당시 제자들을 챙기기에 바빴던 딸은 가족에게 문자메시지 하나 남기지 않았다. 가족들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54일 후 3층 식당에서 발견됐다.
유 교사는 속 한 번 안 썩인 착하고 예쁜 딸이었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맞벌이를 했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바르게 자라줬다. 일본 유학도 장학생으로 발탁돼 무료로 다녀왔다. 학원 한 번 안 가고 임용시험도 한 번에 합격했다. 젊을 때 배워야 한다며 대학원도 다닐 만큼 열심이었다. 그런데 첫 발령을 받은 단원고에서 교편을 잡은 지 4년 만에 사고를 당했다.
유 교사는 어머니에게 친구 같은 딸이었다. 4~5시간 거리의 고향집에 틈만 나면 내려와 쇼핑도 하고 엄마와 영화도 보고 밤새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아버지에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천상 딸이었다. 5월 어버이날 선물도 미리 챙길 만큼 효녀였다. 54일이 지났지만 딸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 어머니는 '아직도 기가 막혀서 자다가도 발딱발딱 깬다'고 했다.
"사고 일주일 전엔가 친구 결혼식이라고 집에 왔더라고요. 애가 밝고 상냥하긴 한데 쑥스러워서 덥석 안기는 건 못 하는데, 그날따라 안 하던 짓을 하더라고. 막 '엄마' 하면서 애기처럼 안기기에 토닥거리면서 '우리 막둥이'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사고가 나려고 그랬는지…"
가족들은 지난 54일간 눈물로 유 교사를 기다렸다. 4년간 단원고 앞에서 함께 자취하며 여동생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해왔던 오빠는 사고 당일부터 진도를 지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진주에서 사고소식을 듣고 진도까지 4시간 반이 걸려 내려왔다. 아버지가 운전하며 눈물을 쏟아 계속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 아버지는 수차례 바지선을 오르며 딸을 기다렸다.
아버지는 "늦게나마 딸이 돌아와줘 고맙고, 교사로서 본분을 다한 딸이 자랑스럽다"며 "구조에 힘써준 관계 부처와 잠수사들, 봉사자들과 도움의 손길을 준 여러 단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실종자들도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원한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8일 오후 5시 기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사망자는 291명, 실종자는 13명이다. 양승진(57·일반사회·인성생활부장)·고창석(43·체육) 교사 등 단원고 교사 2명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진도(전남)=박소연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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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단원고 1반 담임 유니나 교사, 학생 구하러 3층 내려갔다가 실종돼 머니투데이 진도 입력 2014.06.08 17:50 수정 2014.06.08 18:41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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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의견 (총852개)
등록순| 추천순| 내 댓글 목록
주검이 돌아왔다고
“감사합니다” 인사하는 유가족들,
“혼자 남을까 두려워요” 끝없는 절망과 기다림에
하루하루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실종자 가족들,
이분들의 피눈물 자리를 급습한
박그네의 두 줄기 닭똥 눈물에서,
세월호 추모집회에 참가한
고교생까지 강제 연행하는 눈먼 정권의 개들에게서,
“대통령 눈물 보셨지요?”
어버이들에게 한 표 구걸하는 껌팔이 공작새들의 모습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더러운가를 새삼 느꼈다
선생님,영면하시길..!
18:01|삭제신고
유가족과 고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모든 진실이 밝혀져야 합니다.
더이상의 조작과 축소와 은폐와 날조는 안됩니다.
특히 진도 VTS 원본내역은 빨리 공개되어야 합니다. 17:59|삭제신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8:02|삭제신고
아주 오래 우리들 가슴에 남는 참스승의 모습으로
남는 것을 택하셨군요.
부모님께 불효를 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긍심을 선물하고 간 딸입니다.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훌륭한 자녀 낳아서 키워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18:10|삭제신고
무고한 국민을 대상으로 기획질을 했단 말인가!
18:11|삭제신고
저리 아름다운 스승은 일찍 지고, 흉물스러운 것들은 오래도 살아남는구나.... 젠장...
이제는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만 만나소서... 18:07|삭제신고
" ㄴ 오죽하면 이제 그런 소리까지 나오는 상황까지 왔을까... "
오죽하면
유족들은 단번에 알아 봤으나 시신이 지문 인식조차 못하는 상황까지 갔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8:06|삭제신고
눈물이 자꾸남니다.참스승이십니다. 18:07|삭제신고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는 정부와 숨박꼭질 놀이나 하구 있고.....
안잡는건지, 못잡는건지----- 18:06|삭제신고
스승이 저런거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 선생님 무시하는데 진짜 그러지 말아라. 쥐꼬리 월급받고도 저런사명감 갖고 있는게 선생이란 직업이다. 19:09|삭제신고
마무리 된다. 18:08|삭제신고
이런 교사가 있어서 피해자가 작았을것이다
고인에게 훈장을 줘야한다
사이비종교 집단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유병언을 잡아다 사형을!!!!! 시켜야한다 18:44|삭제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