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루실라 에델만 박사
‘5·18’ ‘세월호’ 희생자 치료 위해
책임자 처벌 등 정의사회 강조
“열차사고 같은 사회적 재난이나 집단적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발생한 뒤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과 정의’입니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광주트라우마센터(센터장 강용주) 주최로 열린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국제 워크숍’에 발표자로 나선 아르헨티나 심리사회연구센터 에아티프(EATIP)의 루실라 에델만(사진) 박사는 “누군가 길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그건 개별 외상 사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세월호 사건은 집단적 또는 사회적 외상 사건이라 할 수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에델만 박사는 “집단적 외상 사건은 개인적 치유뿐 아니라 사회적 치유 과정의 상호작용을 통해 치유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한국 언론인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세월호 침몰로 인한 사망자 수를 비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그러한 얘기는 세월호 사건 유가족과 관련된 분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현재의 트라우마를 더욱 증폭시키기 때문”이라며 “언론의 잘못된 보도는 치유에 치명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에델만 박사는 국립 부에노스아이레스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다 1979년 ‘오월광장 어머니회’ 심리지원팀에 참여했다. 오월광장 어머니회는 197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치하에서 학살되거나 실종된 자식들을 위해 결성된 어머니들의 단체다. 1990년 설립된 에아티프는 국가폭력·고문 피해자들과 오월광장 어머니회 등 유족들을 위한 심리치료를 꾸준히 지원해왔다.
에델만 박사는 광주항쟁 유족과 생존자들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불러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가 허용하지 않는 것은 트라우마 치유에 부정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노래는 이들의 삶을 대변하는 의미가 있다. 기념하는 노래를 막는 것은 치유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며 “노래를 불러야 치유가 된다. 이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아르헨티나 정부의 ‘학살 책임자 불처벌’에 맞선 투쟁을 소개하면서 “집단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자에 대한 처벌 그리고 치유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집단 트라우마의 세대간 전이 문제에도 그는 큰 관심을 보였다.
“아르헨티나에서 부모가 학살당한 뒤 납치돼 군인들에 의해 길러진 아이들은 강요된 침묵 속에서 외상을 품고 살아왔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을 겪은 세대의 아이들이 어떤 외상을 지닌 채 사는지도 들여다봐야 할 것입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광주트라우마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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