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묵상일기-2013년

특별한 생일선물 ^^

김레지나 2013. 9. 3. 19:54

제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는 천주교 신자들끼리 한 병실에 모여 매일 저녁 한 시간씩 기도를 해요.

기도 모임 시간에 서로 얼굴을 익힌 덕에 산책하다 만나면 더욱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데레사 언니는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게 늘 환하게 웃고 지내셔요. 1년 전에 췌장 수술을 받으시고 넉 달 전에 병원에 들어오셨대요. 수술을 받기 전에는 60키로 넘게 나갔었는데 수술 후 소화가 안 되어 살이 44키로까지 빠졌다가 병원에 들어오신 후로 잘 드셔서 지금은 51키로까지 회복되었다고 해요.

언니는 암은 아니지만 췌장 뿐만 아니라 담낭과 십이지장 소장 일부를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으셨대요. "암이 아닌데 어떻게 발견하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언니가 경과를 이야기해주셨어요.

 

 

" 작년에 남편이랑 성지순례를 갔는데, 파티마를 떠나는 버스 안에서 파티마 샘물에서 퍼온 성수를 마셨거든. 근데 삼십 분도 안 되어서 배가 엄청 아픈 거야. 마침 그 날이 내 생일이었는데, 저녁에 중국 식당에서 일행들이 내 생일 축하한다고 건배를 하고 떠들썩 한데, 나는 배가 아파서 정신을 못차리겠는 거야. ''있던 병도 낫는다는 성지에 와서 이렇게 아프다니, 이게 뭔 일인가'싶은 거야. 어찌나 아픈지 약 먹고 겨우 버티다가 이틀 후에 울 나라에 돌아와서 병원에 갔어. 위장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고, 위내시경 장내시경을 해봐도 아픈 원인을 모른다는 거야. 그니까 의사선생님이 복부 초음파를 해보자고 하더라고. 그러더니 췌장에 6센티 암 덩어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 큰 병원에 가보라는 거야. 성모 병원으로 옮겼는데, 의사샘이 갖고 간 사진을 보더니만 "암이 꽤 크네요."그래.....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췌장암이 6센티가 될 정도면 3개월에서 6개월밖에 못 산다는 거야. 그래서 의사선생님한테 어차피 얼마 못 살 거면 수술 안 하겠다고 했어. 그래도 병원에서 하라는 검사는 모두 다 했어..... 검사한 날 다음날이 마침 성모승천 대축일이었는데, 이틀간 한 잠도 못 자고 눕지도 못했어. 대축일 미사를 가긴 갔는데 무슨 정신으로 미사참례를 하고 왔는지 몰라. 레지오 단장한테 전화를 해서 내가 이러이러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병가 처리해달라고 부탁하고.... 울 아들이 엄마가 그렇게 열심히 성당에 나가고 레지오 활동도 열심히 하는데 하느님이 계신다면 이런 병을 주시면 안 되는 거라고 하더라고.

다음 날 결과를 보니, 암이 아닐 수도 있겠다며 수술을 해보자고 해. 수술을 하고 또 일주일 기다려서 결과를 보니 악성이 아니래..... 수술은 잘 되었는데, 소화가 안 되니까 살이 엄청 빠지더라고. 44키로까지 빠지는데,,,, 내가 지금 영정 사진을 찍어둬야 되나 하는 생각도 했어..... 담관을 밖으로 빼냈을 때는 몸에 열이 나서 고생했고,..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것을 챙겨먹었더니 담관이 막혀버리고 황달이 왔어. 그래서 스탠트 삽입 수술을 받았지. ...홍삼에 공진단에... 몸에 좋다는 거 그렇게 한꺼번에 먹으면 안되겠더라...지금은 밥만 먹고 지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수술은 엄청 깨끗하게 잘 되었대...... 이제 많이 좋아졌어...... 그동안 어려울 때마다 꼭 도와줄 사람이 한 사람씩 생기더라고. 병원에서 만난 자매가 성모꽃마을에 들어가보라고 해서 거기서 일주일 있으면서 너무 좋은 거야. 장기까지 한 달을 쭉 꽃마을에서 지내고 몸과 마음이 엄청 좋아져서 나왔어....그러고 여기 병원에 들어와서 근처 성지순례 다니고 매일 저녁 기도하고 지내는 것도 정말 좋고....... 울 아들은 내가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이제야 "엄마, 나도 이제 성당 열심히 다녀야겠다."라고 하더라고.. 근데, 아직도 게으름 피우고 있네.....^^"

 

 

언니 이야기를 듣던 자매님들이 한 마디씩 했지요.

"성지순례 덕으로 췌장암으로 되기 전에 종양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거네요."

"파티마 성수 마시고 췌장암이었던 덩어리가 양성으로 바뀐 기적이 일어났던 거 아닐까요?"

저도 한 마디 거들었어요.

"어머, 어쨌든 성모님께서 언니한테 특별한 생일 선물을 주신 거네요. "

 

(여러분도 이 이야기를 들으셨으니, 답례로 언니 가정을 위해 화살 기도 해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