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6.3 월요일 성 가롤로 르왕가 동료 순교자 기념일
토빗1,3;2,1ㄴ-8 마르12,1-12
불편한 진실
- 이수철 신부 -
빛에 그림자가 따르듯 우리는 안팎으로 불편한 진실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삶은 편한 진실만이 아니라 불편한 진실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드러난, 드러나지 않은 불편한 진실은 얼마나 많은지요.
“죽음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화해의 대상이다.”
라는 말도 생각납니다. 불편한 진실 역시 이해의 대상이기 보다는 화해의 대상입니다. 불편한 진실과 화해하여 공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불편한 진실 없이는 내적성장도 성숙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 그 인생 도저히 깊어질 수도 없습니다. 영적전투의 대상 역시 불편한 진실들입니다. 어찌 보면 평생 안고 가야 할, 지고 가야 할 십자가와도 같은 불편한 진실들입니다.
누가 나의 불편한 진실을 자극할 때 분노심이, 질투심이, 열등감이 발동하기도 합니다. 하여 자신의 불편한 진실을 잘 보듬어 안고 관리하는 것이 아주 현실적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끊임없는 기도로 불편한 진실에 의한 상처를 치유 받고 너그럽고 자비하신 주님을 닮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경에서 불편한 진실의 예를 몇 가지 듭니다. 창세기의 아벨은 카인에게 아주 불편했던 존재였고 마침내 카인은 살인을 통해서 해결하려 했지만 오히려 더 큰 비극적 결과만 초래했습니다. 루가복음 15장에서 작은 아들 역시 큰 아들에게는 참 불편한 진실이었을 것입니다. 오늘 1독서 토빗서의 아시리아에 유배 중인 토빗 역시 동족들에게 참 불편한 존재였을 것입니다.
“저 사람이 이제는 두렵지가 않은 모양이지? 전에도 저런 일 때문에 사형감으로 수배되어 달아난 적이 있는데, 또 저렇게 죽은 이들을 묻는구먼.”
동족들은 토빗의 선행에 양심이 불편했던지 토빗에 선행을 못 마땅해 합니다. 흡사 토빗이 왕따 된 분위기입니다. 이들 동족들에게 토빗의 존재는 불편한 진실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어찌 보면 불편한 진실은 믿는 이들의 운명 같기도 합니다. 세상의 소금이요 빛이라는 사실이 바로 불편한 진실의 존재임을 드러냅니다. 마찬가지 오늘 복음의 예수님 역시 당대 기득권층에 있는 이들에게는 아주 불편한 진실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이런 경우를 일컬어 눈에 가시 같은 존재라 합니다.
당신께 불편해 하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를 듭니다. 소작인들은 탐욕에 눈이 멀어 불편한 진실의 존재들인 포도원 주인의 종들과 아들을 없앰으로 해결하여 듭니다. 마치 당대 기득권층들이 예수님은 물론 예언자들에 대한 행태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습니다. 불편한 진실 배후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주님은 항구한 인내 끝에 불편한 진실을 모두 제거하려던 이들의 시도를 좌절시키고 당신의 일을 행하십니다. 바로 시편을 인용하여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불편한 진실의 승리를, 하느님의 승리를 증언하는 제자들입니다.
“집짓는 이들이 내 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불편한 진실들은 결코 제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불편한 진실들을 믿음, 사랑, 희망의 수련의 계기로 삼는 것이 지혜입니다. 공동체 안에 힘든 이들, 또 내 안에 있는 과거의 죄, 상처, 병, 약점 등 모두가 직면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면해야 할 마지막 불편한 진실은 죽음입니다. 이런 불편한 진실들은 결코 없앨 수도 없거니와 없애어도 안 되며 없앨 수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영적성장과 성숙을 위한 영적전투의 대상들이자 치유 받아야 할 대상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끊임없는 기도의 수행으로 주님을 닮아 너그럽고 자비로워 질 때 불편한 진실들과의 화해와 공존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불편한 진실을 감당하고 치유할 수 있는 믿음과 사랑과 희망을 선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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