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노인이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떠났다.
한 사람은
부자 농부로 예핌 따라스비치 세베료프라이고
다른 한 사람은
별로 돈이 없는 에리쎄이 보도로프라는 사람이다.
예핌은
고지식한 농부로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태어난 이후 남에게 욕을 한적도 없고
매사에 엄격하고 야무진 성미였다.
그는 두 번이나 마을 반장을 지냈지만
단돈 1원도 어김이 없었다.
대가족이 함께 살고 있었다.
지금 일흔이 되었는데도 등도 구부러지지 않았다.
같은 마을에 사는 친구 에리쎄이는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노인으로
젊어서는 목수일을 하러 다녔으나
나이먹은 뒤로는 집에 있으면서 꿀벌을 치기 시작했다.
큰아들은 외지에 나가 있었고
둘째아들이 집안일을 돌보고 있었다.
그는 마음씨 좋은 명랑한 사람으로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다.
그들은 몇 주일째 계속 걸어서 왔기 때문에
에리쎄이는 잠시 쉬면서 물도 좀 마시고 싶었으나
예핌은 걸음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한 농가에 앞에 이르렀을 때
에리쎄이는 잠시 들어가서 물을 얻어 마시고 올테니
먼저 가라고 이르고 그 집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때 그 집 안에서는
온 식구들이 굶주림 끝에 돌림병까지 앓아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에리쎄이는 성지순례를 단념하고
그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원하기로 했다.
한편 먼저 길을 떠난 예핌은
한동안은 친구가 뒤따라오기를 기다렸으나
자기가 나무그늘에서 잠시 졸고 있는 사이
혹시 지나치지 않았는가 싶어 발길을 더욱 재촉했다.
성지를 향해 길을 럴으면서도
그의 머리속은 집안일로 가득차 있었다.
자기가 없는 사이에 가축들이며
논밭일을 제대로 돌보고 있는지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리고 행여나 지갑을 도둑맞지 않을까
곁에 가까이 다가서는 사람들을 경계했다.
에리쎄이는
그집 식구들이 병고에서 일어난 후
먹고 지낼 식량과 땔감을 마련해놓고 집으로 돌아온다.
에리쎄이가 혼자서 돌아온 것을 보고
의아해 하는 가족들에게 그는 이렇게 변명한다.
"나는 주님의 인도가 없었던 모양이다.
도중에 돈을 잃어버렸지. 그래서 더 갈 수가 없었단다."
그 농가에서 일어났던 일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다시 그전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집안 일을 살폈다.
이때 예루살렘에 도착한 예핌은
순례자들로 혼잡한 성당으로들어가 예배를 드리려고 하는데
성화가 타고 있는 제단 맨 앞에 자기 친구 에리쎄이의 뒷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에리쎄이의 뒷모습 둘레에는 둥근 원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아니 저 친구가 언제 왔지?"하고
친구쪽으로 밀치고 나가는데
친구의 모습은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이와 같이 성소에서 세 번이나 친구의 뒷모습을 보게 된다.
순례에서 돌아온 예핌은 뒤늦게 깨닫는다.
"나는 몸만 갔다 왔구나.
이세상에서는 죽는 날까지
자기 의무를 사랑과 선행으로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사람의 도리다."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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