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송영진 신부님

☆ 진짜 회개, 진짜 구원 - 배불리 먹는 것만 그치지 말고

김레지나 2011. 9. 3. 09:42

<연중 제22주간 수요일>(2011. 8. 31. 수)(루카 4,38-44)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8월 31일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많은 병자들을 고쳐 주시는 장면입니다.

“해질 무렵에 사람들이 갖가지 질병을 앓는 이들을

있는 대로 모두 예수님께 데리고 왔다(루카 4,40).”

 

예수님은 병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손을 얹으시어 고쳐 주십니다.

한 사람도 외면하지 않고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모습이

바로 구세주이신 분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일이 예수님의 복음의 일부인 것도 분명합니다.

 

사람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고, 크게 기뻐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하느님 나라가 실현된 것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있고 싶어 했습니다.

“군중은 예수님을 찾아다니다가 그분께서 계시는 곳까지 가서,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 주십사고 붙들었다(루카 4,42).”

 

사람들의 행동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예수님의 반응은 좀 냉정합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루카 4,43).”

 

병자를 고쳐 주려고 세상에 오신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신 예수님은 그 마을을 떠나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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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를 읽다보면

예수님이 군중을 피해서 외딴곳으로 가시는 장면이 가끔 나옵니다.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세상에 오신 분인데,

바로 그 인간들을 피해서 외딴 곳으로 가신다는 것이

뭔가 좀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8월 31일의 복음 말씀은 예수님이 그렇게 하신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인간들의 현세적인 문제들만을 해결하기 위해서 오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건설하기 위해서,

또 진정한 구원을 주기 위해서 오셨다는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은 만나는 병자들을 하나도 외면하지 않고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 일은 예수님의 주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복음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일 뿐입니다.

(예수님이 병자들을 고쳐 주시긴 했지만 병 자체를 없애신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자신의 신앙생활도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이유가 무엇인가?

무엇을 바라고 신앙생활을 하는가?

 

인생을 좀 더 안락하게 살기 위한 든든한 배경을 원해서인가?

조력자를 원해서인가? 부귀영화를 보장받기 위해서인가?

소원을 잘 들어주는 분이 필요해서인가?

지금 예수님께 빌고 있는 소원이 무엇인가?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서 작은 아들은 너무 배가 고파서 집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것은 회개의 출발점입니다.

(구원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아들이 굶주리다가 되돌아왔기 때문에

아버지의 사랑은(또는 구원은) 우선 그를 배불리 먹이는 방식으로 베풀어졌습니다.

 

그러나 진짜 회개는(구원은) 그 다음부터 시작됩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 효도,

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 자체가 행복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진짜 회개이고, 진짜 구원이고, 진짜 은총입니다.

 

(배불리 먹는 것만 바라지 말아야 하고,

배불리 먹는 것으로 그치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