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SAL 회의 기간 동안 인도에서 오신 조셉 신부님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분명 큰 은총이자 제게는 행복이 됩니다.
3일 전 공항에서 처음 뵌 조셉 신부님은 그야말로 시골에서 막 올라온 막걸리 아저씨 였습니다.
내부 순환로를 타고 회의장으로 이동하는 내내 서울의 지붕에 깔려 있는
빨간색 십자가를 보고 놀라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그 밖의 지역에서 오신 신부님들과는 옷차림 말고도
무엇인가가 달라만 보이는 조셉 신부님은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지금까지
"나는 초이 신부 당신을 위해서 죽을때 까지 기도할거야..."라는 말씀을 아예
입에 달고 다니십니다. 저 역시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시며 자꾸 짙은 초콜렛 빛깔의 손으로
빵이며 온갖 먹을 것들을 제 입에 밀어넣는 그 분이 싫지 않아서 우리는
자연스레 가까운 아저씨와 조카같은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 주소를 적어 달라고 하시기에 저의 이 메일 주소를 적어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며
당신은 문명의 산물이라고는 라디오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조셉 신부님은 힌두교도들이 대부분인 인도의 남부 빈민 지역에서 사목하시는데,
자신이 소유한 것이라고는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조그만 책상하나와 몇벌의
옷가지가 전부랍니다. 입이 쩍 벌어져서 그럼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시느냐니까
근처의 힌두교도들이 가져다 주는 음식을 먹고 산답니다.
세상에......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30분 정도 남은 오후 회의 시간까지 잠깐 눈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조셉 신부님은 침대에서, 저는 의자를 두 개 붙이고 각자 누웠습니다.
"신부님, 알람 시계 맞춰놓고 자야지요. 혹시 못 일어나면 안되는데....."
"파더 초이,(최 신부) 난 내 평생 단 한 번도 알람 시계에 의존해서 잠에서
깨어난 적이 없어."
"정말로요?"
"그럼, 얼마 후에 내가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누우면 저절로 깨어나"
"그래도 혹시 너무 피곤하면 못일어날 수도 있잖아요. 저 역시 민감한 편이라서
알람을 맞추고 자도 거의 대부분 알람 소리가 울리기 바로 몇 분전에
깨어나긴 하지만 그래도 못믿어서 항상 알람을 맞추긴 하는데요...."
이 말에 대해 눈을 감은채로 무심하게 내 뱉는 조셉 신부님의 응답이
제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고 30분 내내 제 귓전을 때려주는 덕분에
저는 일 분도 수면 상태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뭐라고 하셨냐구요?
"You don't believe in yourself...That's because you have an alarm, but I don't."
"너는 네 스스로를 믿지 않는구나... 그건 네가 알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난 없어."
풍요로운 소유는 때때로 우리 스스로를 믿는 것보다, 심지어는 하느님을 믿는 것보다
우리가 소유한 것들을 더 믿게 만드는 불행을 초래합니다.
내일은 조셉 신부님과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 기대됩니다.
'강론 말씀 (가나다순) > 최 강 신부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우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 최강 신부님 (0) | 2011.07.22 |
---|---|
하느님보다 앞서지 말기 - 최강 신부님 (0) | 2011.07.20 |
뭔 놈의 고해성사를 십 분씩이나 본댕유? - 최강 신부님 (0) | 2011.07.14 |
거래되는 사랑 - 최강 신부님 (0) | 2011.07.14 |
결혼하고 싶은 사람 ? - 최강 신부님 (0) | 2011.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