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4일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마태오 5,43~48)
말씀의 초대
바오로는 마케도니아 신자들이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후한 인심을 베푸는 실천적인 사랑을 전한다. 따라서 코린토 교회 신자들도 믿음과 말과 지식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므로 사랑을 실천하는 데도 그런 모습을 보이도록 권고한다(제1독서*사도8:1-9). 주님께서는 선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볕을 주시고 비를 내려 주신다. 주님처럼 우리도 모든 이에게 차별 없이 우리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복음*마태 5,43~48).
오늘의 묵상
원수에 대한 사랑은 참으로 알아듣기 어려운 가르침입니다. 정의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옛날이야기에는 산속에서 무술을 닦고 돌아와 하나하나 복수를 해야 하는 원수들이 나옵니다만 과연 자신에게 그렇게 죽여 없애야 할 원수들이 있는지 따져 보면 대부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분명 미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웬수’입니다.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본디 친한 친구였거나, 사랑하던 애인이었거나, 또는 가까웠던 가족이나 친척들이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이 어느 날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웬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미워해도 그에게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워하는 나 자신만 잃는 게 많을 따름입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웬수’를 사랑하라 하신 것입니다. 미움을 중지하라는 것입니다. 상처로 친구가 원수가 되었다면, 그 원수는 사랑으로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마음을 닫고 싶은 유혹을 자주 받습니다. 너무 서운하거나 섭섭해서 마음을 닫는다고 하지만 그런 것들이 쌓여 미움이 됩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어느 한쪽이 원하는 상황으로만 진전되지 않습니다.
오해는 상대의 마음을 모르는 데에서 생겨납니다. 설령 안다고 생각하더라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생겨납니다. 그러기에 오해는 필연적인 것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오해를 경험하며 마음 아파합니다. 그렇지만 받아들여야 합니다.
열심히 일했는데도 윗사람이 알아주지 않거나 최선을 다하였는데도 시부모님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때에 어떻게 하겠습니까? 마음을 닫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닫아서는 안 됩니다. 마음을 여는 행위가 용서의 첫 단계입니다. 용서를 어마어마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용서는 이렇듯 작은 행위에서 비롯됩니다. 마음을 열고 미소를 띠고 다가가야 합니다. 사랑은 미소와 함께 출발합니다. 섭섭함을 웃음으로 극복하는 이가 위대한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사랑의 능력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요?
-반영억신부-
살아가면서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그래서 나는 많은 상처를 받았노라고 말합니다. 사실 상처를 주는 사람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아내가 될 수도 있고 남편이 될 수도 있고 자식이 될 수도 있으며 부모나 이웃, 절친한 친구, 동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상처를 풀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 마음의 병이 되고 미움이 쌓여서 결국은 원수가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 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마태5,44-45) 고 말씀하셨습니다. 미움을 사랑으로 정복하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버지께는 원수와 박해하는 사람, 악인과 선인, 의로운 사람과 불의한 사람이 따로 없습니다. 다 내 자식이요, 사랑해야 할 대상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베푸십니다. 오로지 사랑만이 충만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원수를 만드는 것은 바로 나입니다. 사랑으로 충만하다면 원수가 있을 수 없습니다. 가끔 신자들의 기도소리를 들어보면 ‘세상에 못된 사람이 너무 많은데 회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합니다. 이러저러한 상태를 낱낱이 고발하는 식으로 얘기해 놓고는 ‘그러니 고쳐주십시오’. 하는 식입니다. ‘자기는 아무런 잘못도 없고 회개할 이유도 없는데 남들이 잘못해서 이지경이 되었으니 그들을 좀 어떻게 해 주십시오.’ 하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요? 하느님을 믿는 우리에게는 이미 원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으로 하느님의 마음을 닮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간직하여 모두가 사랑해야 할 사람으로 보인다면 비로소 하느님의 자녀라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로부터 온갖 멸시를 받고 죄인취급을 받았던 세리들도 서로를 사랑하며 서로 상대방을 헐뜯지는 않았습니다. 하느님을 모르는 이방인들 사이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우애를 베푸는 것은 아주 보편적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처지에 안주하지 말고 적극적인 사랑의 실천을 통하여 하느님의 완전함을 드러내시기 바랍니다. 많이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많이 행하십시오. 이미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5,5) "원수든 친구든 예외를 두지말고 끊임없이 사랑하십시오! 그들도 하느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우리의 형제요, 이웃입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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