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3일 부활 6주간 금요일
너희의 마음은 기쁨에 넘칠 것이며
그 기쁨은 아무도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
(요한 16,20-23ㄱ)
말씀의 초대
바오로가 코린토에 머물고 있을 때 유다인들은 합심하여 바오로를 재판정으로 끌고 간다. 당시 로마법은 유다인들의 율법을 인정하고 있었으므로 총독 갈리오는 그들의 고발을 단순한 유다교 내부의 일로 여겨 그들을 재판정에서 몰아낸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여인이 해산하는 것에 비유하신다. 해산을 위한 고통스러운 순간이 지나면 그 고통이 기쁨으로 바뀌듯이, 새로 태어나는 부활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전해 주신다(복음).
복음 묵상
어떤 사람이 실험을 했습니다. 고양이가 고통 없이 새끼를 낳을 수 있도록 ‘무통 주사’를 놓았습니다. 그러고는 한곳에서 키웠습니다. 한편 옆 장소에는 정상적으로 새끼를 낳은 고양이와 새끼들을 길렀습니다.
새끼들이 커지자 어미에게 귀찮은 행동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새끼를 낳은 어미는 자리를 옮겨 가며 끝까지 피해 다녔습니다. ‘무통 분만’을 한 어미도 한동안은 피해 다녔습니다. 하지만 계속 괴롭히자 나중에는 새끼를 물어 버렸습니다.
해산할 때 여인은 본능적으로 불안해합니다. 아이가 잘 태어날지 두렵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진통보다 아이에 대한 걱정이 훨씬 큽니다. 그만큼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위대한 일입니다. 그런데 두려움 때문에 ‘무통 주사’를 원하는 것은 은총을 외면하는 유혹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바뀌기를 바라십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원하십니다. 불안과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닥칩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인간적 계산으로 피하려 들면 안 됩니다. 정면으로 부딪치며 도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은총을 체험합니다. ‘내 몫’으로 여기며 받아들이면 두려움도 깨달음으로 바뀝니다.
기쁨의 원천
-반영억라파엘신부-
성 아우구스띠노는 “주님 안에서의 기쁨이 세상을 두고 누리는 기쁨에 승리를 거두게 하십시오.” 하고 권고합니다. 사실 “주님은 기쁨이십니다. 당신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다 할지라도 주님은 언제나 기쁨이십니다. 하찮은 우리의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분이기 때문입니다.”(까롤로 까레또) 그러므로 기쁨이신 주님을 차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예고를 듣고 근심에 싸인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를 다시 보게 되면 너희 마음이 기뻐할 것이고,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아가지 못할 것이다.”(요한16,22)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보게 된다는 말씀은 곧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부활은 완전한 기쁨의 원천이 됩니다. 주님의 부활은 사랑의 승리요, 사랑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죄악의 어둠에 죽고 거듭나는 일상의 삶을 통해서 부활의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기쁨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기쁨에 앞서 괴로움을 크게 겪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의 것에 맛들이지 않고 주님을 희망하고 천상의 것에 마음을 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실 주님을 갈망하면 처음에는 갈등이 생깁니다. 할 일도 많아집니다. 손해보고 불이익을 당하는 것 같고, 괜한 일을 시작하였다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고달픈 생활입니다. 남들은 편히 사는데 사서 고생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분께 가까이 가면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 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5,16-18)
얼마 전 신문에는 미국에서 ‘신부가 되겠다’는 말을 하였을 때 첫 번째로 듣는 얘기가 “너 제 정신이냐?” 는 물음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귀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결정이지만 세상 사람들은 얼마든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정신으로 응답하는 사람이라야 성직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남모르는 기쁨에 흠뻑 취하게 됩니다. 참된 기쁨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오는 것입니다. 주님과의 관계 안에서 오는 것입니다. 주님을 차지하여 기쁨을 만드는 오늘이기를 바랍니다.
“당신 말씀을 발견하고 그것을 받아먹었더니 그 말씀이 제게 기쁨이 되고 제 마음에 즐거움이 되었습니다.”(예레15,16)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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