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2일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요한 6,44-51)
성체
말씀의 초대
필리포스는 에티오피아 여왕 칸다케의 내시가 이사야서 ‘주님의 종의 노래’(52,13ㅡ53,12)를 읽고 있는 소리를 듣고 그에게 다가가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주님의 종’이 곧 예수님을 두고 한 예언이라고 밝히면서 그에게 세례를 베푼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죽음과 부활, 승천과 성령 강림을 통하여 세상을 구원하시는 생명의 빵이 되셨다. 그분을 믿고 그 빵을 먹는 사람은 구원을 얻는다(복음).
복음 묵상
‘생명의 빵’은 요한 복음 6장의 주제입니다. 우리는 그 빵을 성체성사 안에서 체험합니다. 진정 우리는 얼마만큼 경건하게 성체를 모시고 있는지요? 성체에 대한 일차적 신심은 정성입니다. 교회가 공심재를 규정한 것도 정성을 기울이라는 의도였습니다. 지금은 공심재가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성체를 모시기 한 시간 전까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략 70년 전만 해도 성체를 모시려면 전날 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물도 마시지 못하게 할뿐더러 입 안에 침이 생기면 뱉어 내도록 하였습니다. 서양 신부님들의 지나친 규제가 아니라 그만큼 정성 들여 성체를 모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그 규정을 끔찍이도 지키셨습니다.
정성을 다하여 성체를 모시면 삶이 달라집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심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형태로든 그분의 힘을 체험하게 됩니다. 성체성사의 은총인 것입니다. 습관적으로 성체를 모시면 아무리 자주 모셔도 그 자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생명의 빵을 먹고도 생명이 자라지 않는 이유입니다. 정성을 다하여 성체를 모셔야 신앙생활에 변화가 옵니다. 인생 역시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됩니다.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시지 않으면
-*반영억라파엘신부*-
저의 어린 시절 신앙생활은 신부님께서 상주하지 않으시는 공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무 것도 몰랐지만 주일이면 성당에 가라고 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랐습니다. 때로는 가기 싫었지만 꾸중을 듣지 않기 위해서 갔고, 밭에 나가서 풀을 뽑는다든지 집안일을 도와야 하는 때가 되면 그것이 하기 싫어서 성당에 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는 본이 아니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처럼 비춰졌습니다.
이제는 잘 보이려고 정말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공소회장님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신부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이었지만 저는 지금 신부가 되었습니다. 함께 어울리며 지내던 회장님 아들도 신부가 되었고 한 자매는 수녀님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작은 시골 공소였지만 결코 작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이웃을 통하여 저를 신앙에로, 성직자의 길을 가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결국 하느님께 이끌리는 것은 선물입니다. 믿음은 나도 모르게 주어진 하느님의 선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물론 인간적인 응답의 책임이 주어지지만 하느님은 한 순간, 순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하여 우리를 믿음에로 부르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시지 않으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요한6,44)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먼저 불러주셨기에 응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부름을 부름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야말로 은총입니다. 일상의 평범한 삶 안에서 나를 부르시는 하느님 아버지를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믿음의 선물을 통하여 생명의 빵으로 다가 오시는 아들 예수님을 새롭게 영접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요한6,47)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생명의 빵이다…..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6,48,51)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도 성체성사를 통하여 영적 양식을 제공하여 주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당신 안에 영원한 생명을 지니고 있음을 선포하시며 우리를 부르셔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비로소 효과 있는 은총으로 역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바랍니다.
영국의 위대한 총리 토마스 모어는 매일 미사참례를 하였고 영성체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은 수많은 국정의 임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내가 신경을 써야 할 일은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나는 예수님과 함께 할 때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습니다. 하느님을 거스르게 될 기회들도 많지만 나는 매일 예수님께로부터 힘을 얻어서 그 악의 기회들을 멀리할 수 있습니다. 나는 매우 어려운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해 빛과 지혜가 필요한데 매일 영성체를 통해 예수님과 그것을 상의할 수 있습니다. 그분은 나의 위대한 스승이십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우리도 주님을 모심으로써 그 안에서 빛과 지혜를 얻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얻어야겠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십시오. 저는 저의 뜻을 버리고 당신의 뜻에 저를 맞추겠습니다.”(성 알퐁소)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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