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이수철 신부님

하늘 은총의 체험

김레지나 2011. 3. 21. 23:1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3.20 사순 제2주일

창세12,1-4ㄱ 2티모1,8ㄴ-10 마태17,1-9

 

 

 

 

 

 

"하늘 은총의 체험"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하늘 은총의 체험입니다.

오늘 아침부터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봄비 역시

우리의 메마른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하늘 은총을 상징합니다.

강론을 쓰는 도중 계속 은은히 들리는 천상음악 같은 빗소리는

그대로 메마른 가슴을 두드리는 하느님의 노크소리였습니다.

제 책상 위, 화분 안에 피어나

강론을 쓰고 있는 저를 바라보는 세 송이 수선화 역시

메마른 마음 안에 피어난 사랑의 꽃, 하늘 은총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하늘 은총체험이,

크고 작은 이런 저런 생명과 빛의 내적체험이

광야 세상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합니다.

 

이런 하느님 체험에서 샘솟는 내적 자유와 평화와 기쁨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고단하고 고달픈 광야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늘 체험을 주시고자 생명의 샘 오아시스 미사잔치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전 번 3.13일 사순 제1주 강론 시 빠뜨리고 안타까워했던

복음의 마지막 구절(마태4,11)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물론 강론을 인터넷에 올릴 때는 보완하여 나눴지만

오늘 강론 중 다시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자 악마는 그분을 떠나가고,

  천사들이 다가와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광야에는 유혹하는 악마만 있는 게 아니라 천사도 함께 있습니다.

악마의 유혹을 이기자

천사는 즉시 예수님 곁에 와 시중들면서 천상양식을 대접합니다.

주님은 고맙게도 오늘 우리를 이 생명의 미사잔치에 초대해 주셔서

인생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잘 이겨낸 우리를

천사와 함께 시중드시며

천사의 양식인 당신의 말씀과 성체로 우리의 기력을 회복시켜주십니다.

오늘은 인생광야를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주님과 함께 높은 산에 오르십시오.

 

평범한 일상을

기쁘게 한결같이 늘 새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공을 필요로 합니다.

자주 하늘 체험으로 자신을 충전시키라는 말씀입니다.

잃었던 하느님을, 잃었던 나를 찾기 위해 주님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거룩한 장소와 시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오늘 주님은 광야인생에 지친 세 제자들을 위해 특별피정지도를 하십니다.

복음 서두의 묘사가 의미심장합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높은 산이 상징하는바 하느님을 만나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이 거룩한 장소를 마련하여 자주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이래서 끊임없이 함께 바치는

성전에서의 미사와 성무일도, 성체조배와 묵상기도입니다.

거룩한 곳에서 하느님을 만나고자 끊임없이 수도원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일상의 자리 모두를 하느님 체험의 장소로 만드는 것입니다.

아무리 거룩한 수도원에도 세속은 들어와 있기 마련이며

세속 한 복판에서도 거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입니다.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기에 그 어디나 하느님 계신 중심입니다.

하느님께는 변방이 없고 모든 곳이 하느님 계신 중심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내 삶의 자리 지금 여기가 하느님을 만날 거룩한 높은 산입니다.

 

 

 

주님을 체험하십시오.

 

간절히 주님을 사랑하여 따를 때

오늘 복음에서처럼 주님은 적절한 때 우리에게 하늘체험의 은총을 주십니다.

하느님을 체험하면서

우리 또한 주님처럼 변화, 변모하여 깨끗해지고 거룩해집니다.

오늘 높은 산에서 주님의 변모를 체험한 제자들처럼

우리 역시 불암산 기슭 성전 미사를 통해 주님의 변모를 체험하면서

우리 또한 변모됩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하얘졌다.

  그때에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으로 귀한 하늘은총의 체험입니다.

하느님의 법을 전한 모세요, 예언자의 대명사와 같은 엘리야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의 계명을 전한 새 모세인 예수님이요

엘리야를 능가하는 새 예언자 예수님이요 세분 다 승천하신 분입니다.

세분의 깊은 영적 결속관계를 감지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주님의 변모를 체험한 베드로의 반응에 공감합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아마 우리가 베드로의 경우였다 해도 이와 같이 반응했을 것입니다.

이 또한 영적 집착입니다.

아무리 수도원이 천국 같고 미사가 좋다 해도 계속 머물 수는 없습니다.

떠나야 합니다.

이 하늘 체험의 보물을 가슴에 담고 십자가 길의 여정에 오르는 것입니다.

주님과 모세와 엘리야를 위한 초막 셋은

내 마음 안에 지어

그 세분들을 우리 마음 안의 초막 안에 모시고 살아가면

어디나 하늘나라입니다.

 

 

 

주님을 따라 길을 떠나십시오.

 

아브라함이 그 모범입니다.

다음 주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시는 말씀은

마치 아브라함처럼 주님을 따라 길을 떠나는,

아브라함의 믿음을 따라 사는

믿음의 사람들인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축복 말씀 같습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얼마나 고무적인 말씀인지요.

그대로 십자가의 여정 중에 있는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you will be a blessing).’라는 말씀은

얼마나 은혜로운지요.

하늘체험의 사람들인 여러분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복이라는 말씀입니다.

여러분들을 통해 퍼져나가는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믿음의 사람은 아브라함처럼 끊임없는 떠남의 사람입니다.

평생 예수님을 따라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여정 중에 있는 우리들에게

주님의 세 말씀을 주십니다.

광야인생에 등불로 삼아야 할 말씀들입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늘 체험에 안주 집착하려는 베드로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광야인생 주님의 말씀에 순명하며 그 말씀의 인도 따라 살라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우리 발의 등불, 우리 길을 비추는 빛입니다.

말씀의 빛이 우리를 세상 죄악과 유혹의 어둠에서 우리를 지켜줍니다.

오늘 본기도의 내용 역시 참 좋습니다.

‘주님의 말씀으로 저희 믿음을 북돋아 주시고,

  영신의 눈을 맑게 하시어,

  저희가 주님의 영광을 바라보며 기뻐하게 하소서.’

십자가 길의 광야인생을 환히 밝혀 주는 말씀의 빛입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광야인생 여정 중 늘 기억해야 할 주님의 은혜로운 말씀입니다.

넘어지는 게 죄가 아니라 일어나지 않는 게 죄입니다.

십자가의 여정은 끊임없이

넘어지면 일어나 주님을 따라 걸어가는 믿음의 여정입니다.

일어나 다시 시작할 때

주님은 곧장 두려움의 어둠을 거둬주시고 용기를 주시며

평화의 빛으로 우리를 가득 채우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늘체험을 함부로, 분별없이 발설하지 말고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채 광야여정에 충실 하라는 말씀입니다.

진정 지혜로운 영적 체험의 사람일수록

내적으로 부요하기에 고요하고 평범합니다.

온유하고 겸손합니다.

감사하며 기쁘게 살아갑니다.

이게 참 영성의 징표입니다.

하늘체험을 발설하려는 영적허영이나 영적교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여러분,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광야인생, 십자가의 길 여정에 항구 합시다.

하느님은 당신의 목적과 은총에 따라 우리를 구원하시고

거룩히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이 은총은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미 우리에게 주신 것인데

이제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환히 드러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죽음을 폐지하시고,

당신 복음으로 생명과 불멸을 환히 보여 주십니다.

하느님 주신 이 생명과 불멸의 빛과 힘이

우리를 내외적으로 변모시켜 주시어

광야인생 길 기쁘고 힘차게 걸어가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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