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2.21 성 베드로 다미아노 주교 학자(1007-1072) 기념일
집회1,1-10 마르9,14-29
"지혜와 믿음"
“그러니 이 또한 바람을 잡듯이 헛된 일이다.”
새벽 성무일도 시 코헬렛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온통 허무로 시작해서 허무로 끝나는 코헬렛의 말씀이
우리 마음을 서늘하게 합니다.
삶의 환상이, 거품이 말끔히 걷히는 느낌입니다.
살면서 허무감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허무감을 느껴 사람입니다.
하여 종파를 초월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읽는 코헬렛입니다.
허무는 자비하신 하느님의 초대장입니다.
허무에 대한 답은 하느님뿐입니다.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면 허무는 영혼의 치명적 질병이 됩니다.
무지의 어둠에서 기인하는 허무요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하느님의 빛이 바로 지혜입니다.
지혜의 빛, 깨달음의 빛은 바로 하느님의 빛이요,
이 빛이 무지의 어둠을 밝힐 때
허무와 불안, 두려움은 저절로 사라져 참 해방이요 자유입니다.
이런 깨달음의 빛인 지혜를 추구하는 불자들입니다.
“머리가 맑구나!”
법전 큰 스님(종정이자 현 해인사의 방장)의 깨달음을 인가한
스승 성철 큰 스님의 말입니다.
깨달음으로 인해
맑아지고 밝아진 법전 스님의 내면을 꿰뚫어 본 성철 스님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지혜는 하느님으로부터 옵니다.
바로 이것이 불교와 우리와의 차입니다.
오늘 집회서가 분명히 입증합니다.
“모든 지혜는 주님에게서 오고, 영원히 주님과 함께 있다.
지혜의 근원은 하늘에 계시는 하느님의 말씀이며,
지혜의 길은 영원한 계명이다.
주님께서는 지혜를 만드시고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선물로 주셨다.
주님의 사랑은 영광스러운 지혜이며
당신을 보여주실 이들에게 지혜를 베푸시어 당신을 알아보게 하셨다.”
하느님과 직결된 지혜입니다.
하느님 없이는 지혜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지혜보다 더 소중한 보물은 없습니다.
주님을 사랑하며 주님과 함께 살아갈 때
저절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하느님의 벗이 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바로 믿음의 사람입니다.
지혜와 함께 가는 믿음입니다.
지혜의 빛은 그대로 믿음의 빛입니다.
하느님의 지혜이신 그리스도를 믿을 때
지혜로운 사람, 믿음의 사람이 됩니다.
마비된 영육은 풀려 제 기능을 회복합니다.
오늘 벙어리 영이 들린 아이는
바로 믿음 부족으로, 지혜의 빛의 결여로 마비된 인간을 상징합니다.
“아, 믿음이 없는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 곁에 있어야 하느냐?”
믿음 부족에서 파생된 온갖 영육의 질병을 통찰하신 주님이십니다.
주님만이 이 믿음 부족을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주님의 말씀에 대한 아이 아버지의 즉각적인 반응입니다.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우리 모두가 드려야 할 기도입니다.
하느님께서 일하실 수 있도록
내가 만든 장애물을 치워놓고
하느님께 전적으로 나를 맡겨드리는 믿음이요
하느님께 코드를 맞추는 믿음입니다.
믿음을 통하여 하느님의 전능에 참여하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이런 믿음은 그대로 지혜와 통합니다.
믿음의 사람들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순리대로 살아가는 지혜로운 사람들입니다.
하여 끊임없는 기도요
이 기도가 지혜로운 사람, 믿음의 사람이 되어 살게 합니다.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했습니까?”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기도를 통한 하느님의 능력이
마비된 영육을 회복시켜 건강한 삶을 살게 합니다.
강론 정리 도중 잠시 면담한 어느 자매의
‘기도하는 사람만 살아남는다.’는 고백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삶의 전쟁터에서 기도와 믿음으로 무장하여 지혜롭게 살아 온 자매였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믿음과 지혜로 무장시켜 주시어 삶의 전쟁터로 파견하십니다.
“저는 하느님 곁에 있어 행복하옵니다.
주 하느님을 피신처로 삼으리이다.”(시편73,2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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