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엽신부님의 신나는 복음묵상테이프
2009년 4.12일 책자 p24에서 옮깁니다.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르 16,6)
2003년 10월 20일자 <국민일보>에 실린 '용욱이가 주님께 드리는 편지'가 우리의 코끝을 찡하게 합니다.
사랑하는 예수님, 안녕하세요! 우리는 벌집에 살아요. 한 울타리에 45가구가 사는데 방 벽에 번호가 써 있어요. 우리 집은 32번이예요. 우리 식구는 외할머니와 엄마, 동생 용숙이랑 네 식구가 살아요. 우리 방은 박스만 해서 네 식구가 함께 잠을 잘 수가 없어요. 그래서 술집에 나가서 일하시는 어머니는 그곳에서 주무시고 새벽에 오세요. 할머니는 한 달에 두 번 취로사업장에 가서 돈을 버시고 아버지는 청송감호소라는데 계시는데 엄마는 우리에게 죽었다고 그래요. 예수님, 우리는 참 가난해요. 그래서 동회에서 구호양식을 주는데도 도시락을 못 까가는 날이 더 많아요.
지난 4월 부활절 날 제가 엄마 생각을 하고 회개하면서 운 것을 예수님은 아시겠지요? 저는 예수님이 제 죄때문에 돌아가셨다는 말을 정말로 이해 못했거든요. 저는 죄가 통 없는 사람인 줄만 알았단 말예요. 근데 그 날은 제가 죄인인 걸 알았어요. 매일 술 먹고 울면서 같이 죽자고 하는 엄마가 미웠던 적이 참 많았었거든요.
부활절날 나는 '엄마를 미워한 것을 용서해 주세요.'라고 회개기도를 드렸어요.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피 흘리시며 '용욱아 내가 너를 용서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저는 그만 와락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그날 교회에서 찐 계란 2개를 부활절 선물로 받아와서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드리며 생전 처음으로 전도를 했어요.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을 받는다고요.
몸이 아파서 누워계시던 엄마가 화난 목소리로 '구원만 말고 전세금 50만원만 낼 수 있으면 내가 예수를 믿지 말래도 믿겠다.'고 하셨어요. 저는 어쨌든 엄마가 예수님을 믿는다는 게 신바람이 나서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근데 마침 어린이날 기념 글짓기 대회에 나가게 됐어요. 저는 청송에 계신 아버지와 서초동에서 꽃가게를 하면서 행복하게 살던 때 얘기를 그리워하면서 썼어요.
예수님, 그날 제가 1등상 타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아시지요? 그런데 5월 5일 뜻밖의 손님이 찾아오셨어요. 글짓기 대회 날 심사워원장을 맡으셨던 할아버지 동화 작가 선생님께서 우리 집을 찾아오신 거예요. 할아버지께서는 엄마에게 똑똑한 아들을 두었으니 힘을 내라고 위로해 주시고 손수 지으신 동화책 다섯 권을 놓고 가셨어요.
밤늦게까지 할아버지께서 지으신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던 저는 그만 깜짝 놀랐어요. 동화책 책갈피에서 수표가 담긴 흰 봉투가 하나 툭 떨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엄마는 '참으로 고마우신 분이다. 세상에 아직도 이런 분이 계시구나.'라고 하시며 눈물을 흘리셨어요. 저는 마음 속으로 '할아버지께서 가지고 오셨지만 사실은 예수님이 주신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이후 엄마는 주일날 교회 주일 예배에 가셔서 얼마나 회개하고 우셨는지 두 눈이 솔방울만 해 갖고 집에 오셨어요. 저는 너무나 기뻤어요.
고마우신 예수님! 할아버지께서 사랑으로 주신 수표는 이 담에 커서 꼭 갚아드릴께요.
이 세상 최고의 예수님을 용욱이가 찬양합니다.
용욱이 올림
용욱이 가정을 돌봐주신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그 가족은 동화작가 할아버지를 통해서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했을 것입니다.
용욱이의 그 순수하고도 티 없는 마음은 부활한 예수님을 만나 뵙기에 충분한 마음이었습니다. 그 천진한 마음에서 우러난 회개기도는 그대로 그의 어머니의 회개로 이어지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사이에는 바로 동화작가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작가 할아버지는 오늘날 우리들 가운데 살아계시는 예수님의 모습과 다름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은 2000년 전에만 부활하여 제자들과만 함께 계셨던 것은 아닙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금 이 시대에도 우리들과 함께 계십니다.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많은 사람들 안에서, 그리고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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