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루가 복음사가 축일 2008. 10. 18
그때에 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주십사고 청하여라.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같은 집에 머무르면서 주는 것을 먹고 마셔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마라.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면 차려주는 음식을 먹어라.
그곳 병자들을 고쳐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하고 말하여라.”
(루카 10,1-9)
신뢰하는 마음으로
-김정대 신부-
하느님을 신뢰하는 사람은 부드럽다. 하느님은 늘 부드럽게 우리를 도구삼아 당신의 일을 하신다. 아무것도 지니지 말고 길을 떠나라는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용감함으로 무장하라는 것이 아니다. 오롯이 하느님을 신뢰하는 마음으로 길을 떠나라는 말이다. 이 신뢰하는 마음에는 용감함도 포함될 듯하다. 그렇다고 강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부족한 가운데 하느님의 일을 하게 된다. 완전한 상태란 어디에도 없다. 이런 부족한 상태에서 하느님의 일을 하다 보면 왠지 불안함과 두려움이 생긴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단지 용감함으로만 이해한다면 우리는 우리 안의 불안함과 두려움을 무시할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 용감함은 만용이 된다. 거기서 폭력이 발생한다. 무엇보다도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게 된다.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사람은 타인한테도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까지 당신의 일을 하도록 초대하지 않으신다.
하느님을 신뢰하는 사람은 단지 용감함만을 하느님께 바쳐드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과 불안, 심지어 두려움조차도 하느님께 바쳐드린다. 신비롭게도 하느님은 이런 우리의 약함을 통해서 당신의 일을 하신다. 하느님은 우리가 강할 때는 우리에게 오지 못할 만큼 약한 분이시다. 그러나 우리가 상처 입고 약해졌을 때 비로소 그 약함 안에 자리잡고 당신이 원하시는 곳으로 이끄신다. 하느님은 약한 우리를 도구로 삼아 일하신다.
(선교 사랑방에서 보내 준 멜입니다. 마음에 들어서 옮깁니다. 이 부분 성경구절에 관한 다양한 묵상이 있겠고, 다 은혜롭지만, 김정대 신부님 묵상이 요즘에 제가 부쩍 묵상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내용을 담고 있네요.
예수님께서 저한테 주신 답장에서 말씀하셨지요.
"네 죄는 내게 가까이 오는 데 도움이 되었지."
한동안 그 말씀을 이해 못했었지요."죄를 지으면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건데,,"하고만 생각했었거든요.
요즘 들어 자주 예수님의 그 말씀을 묵상하게 돼요.
제 죄가, 제 부족함이, 제 나약함이, 자주 넘어짐이, 저를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을 찾게 하는 큰 은총이라는 것을..
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예수님 말씀이 참으로 맞구나. 실감 또 실감해요.
또 겸손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자기 자신과 이웃에게 폭력적일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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