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질문과 관련 있는 속풀이는 몇 년 전에 이미 다룬 적이 있습니다("주일미사, 주님의 기도 33번으로 대신할 수 있나요?”).
보통 주님의 기도 서른세 번 하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전통적인 처방전처럼 전해져 왔습니다. 어떤 분은 열두 번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하지만 교회의 공적인 지침은 아닌 듯합니다.
공적인 지침을 원하시면, "한국 천주교사목지침서" 74조 4항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미사나 공소예절 등에도 참례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대신에 묵주기도, 성경 봉독, 선행 등으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
이 항에서 해석하고 있는 “부득이한 경우”는 직업상 또는 신체적이나 환경적 이유로 주일미사에 일시적이거나 지속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주일이 낀 일정의 출장을 주변에 성당이 없는 곳으로 갔거나 주말에 출근하여 일을 해야 하는 경우 혹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 처한 경우입니다. 폭설이 내려 고립된 상황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 소외된 이웃을 위해 김치 담그는 봉사를 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지금여기 자료사진) |
그렇다면 주일미사를 대신할 수 있는 묵주기도, 성경 봉독, 선행은 어느 정도 해야 할까요?
2014년 3월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춘계총회에서 주교님들은 그 내용을 묵주기도 5단, 참례하지 못한 주일미사의 독서와 복음, 희생과 봉사활동 등 가운데 하나를 실천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고 해석해 주셨습니다.
어떤 신자가 주일에 일하러 나갔다가 주일미사 참례를 놓쳤습니다. 그는 죄를 지었으니 고백성사를 하고 성체를 모시려 합니다.
그런데 고백성사 기회를 놓쳤네요. 자, 이러다 보면 영성체는 점점 멀어져가고 급기야는 주일미사를 그냥 빠지게 되면서 장기 방학 상태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일이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 현실이란 것을 인정하고 신자들의 마음의 짐을 덜어 주고자 한 것이 주교회의의 해석입니다.
부득이하게 주일미사를 빠졌을 때, 그로 인해 생기는 죄의식으로 신자들이 방황하지 않기를 바랐던 주교단의 배려라 하겠습니다.
한편, 적잖은 분들이 평일미사 참례를 통해 주일미사에 빠진 것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일미사가 신앙생활을 위한 권장 사항이긴 하지만 주일미사의 의미와는 같을 수 없습니다.
주일은 주님이 부활하신 날이기에 부활 사건을 기념하고 선포한다는 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일미사와 평일미사를 구분하려는 것도 교회의 입장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이와 같은 사목지침은 각 교구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문제들이 취합되어 시간을 두고 논의된 결과물입니다. 목자들은 신자들이 죄의식에서 해방되어 기쁘게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자들이 어떤 외적, 내적 어려움을 겪는지도 모르면서 교회법을 앞세워 신자들을 탓하기 보다는, 신자들이 하느님의 자비와 위로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태도가, 사목자들에게 더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오늘 속풀이에 관한 참고 자료로 이 기사도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 ”주교회의, 주일미사・고해성사관련 유연한 입장 표명".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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