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기도! 기도!

그리스도와 함께 가는 십자가의 길 - 클라렌스 엔즐러 지음, 김 명 옮김

김레지나 2015. 9. 28. 14:43

제1처 죽일 죄인 되신 주님

 

저의 주님이신 예수님, 주님은 순종하시느라고 목숨을 바치셨지만 순종이란 더도 말고 제 의지를 꺾는 일입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남에게 고분고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주님, 저의 눈에 덮인 꺼풀을 벗겨 주시어 저를 다스리는 이들 대할 때 제가 순종하는 이가 다름 아닌 주님이심을 알아보게 하소서. 네, 제가 복종하는 분은 바로 주님이십니다.

 

제2처 십자형틀 지신 주님

 

저의 주님이신 예수님, 저에게는 매일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있습니다. 단조로이 반복되는 나날들, 갖가지 짜증나는 일들,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 실망, 긴장, 걱정, 경쟁, 스트레스, 이 십자가들, 기꺼이 지고 가겠습니다. 하오나 주님, 제가 저의 십자가를 질 때 주님이 지신 십자가를 제가 뒤에서 거들어 드리는 것임을 때마다 느끼게 해주시고 잊지 않게 해주소서. 비록 저는 주님 십자가 한 귀퉁이를 들어 드리지만 주님은 저의 십자가 전체를 짊어져 주시고 저는 한쪽만 지게 해주심을 나날이 되새기게 해주소서.

 

제3처 길에서 넘어지신 주님

 

저의 주님이신 예수님, 제가 어찌 달리 하겠습니까? 제 성깔, 변덕, 번민, 조바심, 주눅, 피로, 제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의 모든 흠과 나약함을 원망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제 인생에 매겨진 이 모든 것은 주님의 뜻이오니 인간성의 ‘장애자’인 저의 고충을 기꺼이 겪으며 살겠습니다. 하오니 주님, 결점 많은 제 자신이라도 고마운 마음 갖게 하시고 주님을 따라나설 용기를 주소서.

 

제4처 어머니를 만나신 주님

 

저의 주님이신 예수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이 스스로 고통 겪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말씀이심을. 제가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려면 저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앓이, 몸앓이, 슬픔, 외로움을 겪을 때에, 하던 일손 놓고라도 다가가 보아야 한다는 것을. 또한 저의 어려움과 아픔도 벗들의 눈길에 드러내 보이겠습니다. 주님, 정말 믿습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 함께 어울려야 선업을 맞쌓아 가게 된다는 것을.

 

제5처 도움을 받으신 주님

 

설겆이 한번 해주거나 바닥에 떨어진 물건 하나 주워 올리는 일, 어린아이의 작은 일 하나 돌보아 주고, 길에서나 상점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일, 배고픈 이에게 먹거리 한 웅큼 베풀고, 헐벗은 이에게 걸칠 옷 하나 둘러 주는 일, 모르는 사람 가르쳐 주고, 길 잃은 사람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일, 누구에게든, 무엇이거든, 크든, 작든, 친절의 손을 건넬 때마다 저의 이름은 시몬입니다. 주님, 제가 이웃에게 베푸는 친절 하나하나가 바로 주님께 해드리는 것임을 잊지 않게 해주소서, 주님!

 

제6처 얼굴을 씻기신 주님

 

주님, 주님께서 부탁하시는 일 해드리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과감히 나서야 할 의로운 일에, 희생이 따르는 곳에 제 마음은 쪼들리기만 합니다. 겁내어 피하지 않는 의기와 곧은 기백을 저의 마음 한가운데 심어 주소서. 주님, 저의 마음 안에서 활동하시고, 사랑하시고, 늘 머물러 주소서. 또한 저희 모든 이의 마음 안에 머무시어 피범벅이 된 주님 얼굴 우리 함께 닦아 드려 영광스럽게 빛나는 주님 얼굴을 저희 사는 세상에 환히 드러내게 해주소서.

 

제7처 다시 넘어지신 주님

 

주님, 납덩이 같은 좌절감이 제 가슴에 내려앉을 때, 외로움에 제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주님 손을 내미시어 저를 일으켜 주소서. 잘하고 있는 일은 그침 없이 계속하려 합니다. 도와주소서, 주님. 저 혼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주님과 함께라면, 주님께서 제게 바라시는 일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네 하겠습니다!

 

제8처 우는 자의 위로자 주님

 

저의 예수님, 수난 중에도 동정까지 베푸시니 그 마음 헤아릴 길 없습니다. 주님, 가르쳐 주소서. 제가 배울 수 있게 도와 주소서. 뒷전에서 삐죽거리며 저를 헐뜯는 사람들, 빗나간 생각으로 저를 비꼬는 사람들, 내 사생활 침범하는 사람들, 마음 아픈 데를 긁어대는 사람들, 이러한 사람 대할 때마다 발끈하지 않고 내 혀를 제어하는 법 알게 하소서. 온유의 외투를 제게 둘러 주소서. 마음 따뜻하신 주님을 제 됨됨이의 본보기로 삼으렵니다 주님, 도와주소서.

 

제9처 지쳐 쓰러지신 주님

 

땅바닥에서 잠시 쉬시더니 가까스로 일어나 휘청 걸음 옮기시는 주님, 저의 뜻은 저의 것이오니 저도 그렇게 따라할 수 있다는 말씀 아니십니까? 제 힘 소진되고 죄와 자책감이 자갈밭 위에 넘어진 저를 짓누를 때, 주님, 저를 유다의 죄로부터 지켜 주소서. 저 절망하는 죄로부터! 주님, 저의 죄가 아무리 크더라도 주님의 사랑보다 더 클 수 없음을 생각으로가 아니라 확신으로 제 마음 깊이 새겨 주소서. 저의 과거가 어떠했어도 신선한 새 출발을 할 수 있음을.

 

제10처 옷을 벗기우신 주님

 

주님, 제 모든 것 다 드리겠습니다. 제가 가진 것 모두 뿐 아니라 제 자신도 함께 받아 주소서. 지위, 특권, 재산..., 이 같은 욕망의 굴레에서 제 마음 홀가분하게 풀어 주소서. 저보다 더 가진 이웃 사람과 비교하고, 시샘하고, 질투하는 악습의 뿌리를 제 마음 곳곳에서 뽑아 주소서. 제 의지를 다스리는 자존심, 제 위상을 높이려는 자만심, 이런 고삐에서 풀어 주시고 저 아래 낮은 자리로 인도하시고 낮은 자리에 편안히 앉게 하소서. 주님, 마음이 가난한 사람 되어 주님 안에서 풍요로움 누리게 하소서.

 

제11처 못박혀 달리신 주님

 

 오, 하느님! 제 눈앞의 주님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제 영혼이 이만큼 가치가 있는 존재입니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님, 이제부터는 살아가면서 겪는 질병, 걱정, 근심, 고통, 그 어떤 고생이 닥쳐도 원망 않고 달게 받겠습니다. 주님 십자가 앞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마음 깊이 감사의 말씀 올리겠습니다. 오, 구원의 손이여, 주님과 함께 살게 해준 고귀한 십자 나무여!

 

제12처 못박혀 죽으신 주님

 

예수님, 저의 하느님,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언제 오든, 어떻게 닥치든, 언젠가 있을 저의 죽음을 그 슬픔, 그 두려움과 함께 주님께 바칩니다. 어찌 제가 살 시간을 일초라도 더 늘릴 수 있겠습니까? 제 자신의 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들의 죄의 대가로 저의 죽음을 주님께 바칩니다. 하느님, 오, 우리 하느님, 저희가 하고 있는 일 저희가 모르고 있사오니 저희를 버리지 마옵소서.

 

제13처 죽으시고 내리워지신 주님

 

주님, 간절히 청하옵니다. 사랑하는 이 멀리 떠나고 자식들 집 떠날 때, 정든 이들 당신 부르심 받아 주님 곁으로 떠날 때, 헤어지는 아픔,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해주소서. 주님의 은총으로 이렇게 말씀드리게 해주소서. “주님, 제가 사랑하는 이들, 주님 집으로 부르기 원하시니 지극히 거룩하신 주님 뜻에 승복하겠습니다. 설령 주님의 뜻 거스르는 말 한마디로 제가 이들 목숨 되살릴 수 있더라도 어찌 감히 제 입을 열 수 있겠습니까? 주님, 이들에게 영원한 기쁨을 허락해 주소서.

 

 제14처 무덤에 묻히신 주님

 

저의 주님이신 예수님, 제 마음은 간절하나 제 몸이 말을 듣지 않음을 주님께서는 잘 아시고 계십니다. 짧게 사신 이 세상에서 못다 하신 가르침, 못다 겪으신 고난, 못다 베푸신 사랑의 손길을 제가 맡아 하도록 주님 은총으로 도와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