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그네가 숲길을 가다가 나무를 자르고 있는 나무꾼을 만난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무딘 톱날로 아주 힘겹게 나무를 자르고 있는 나무꾼의 행동이 참으로 의아하다.
“언제부터 나무를 자르고 계셨나요?”
“새벽부터….”
“저…, 톱날을 갈아야 훨씬 쉽게 나무를 자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요?”
나무꾼의 이 불평이 마치 요즘 우리들의 모습을 말해주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언젠가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76%가 “난 항상 바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물론 업무나 잡일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때로는 톱날 갈 시간이 없다하면서도 좋지 않은 습관으로 시간을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디지털 세상에는 시간도둑이 참 많다. 물론 가장 큰 도둑은 스마트폰, 인터넷, 텔레비전 등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이렇게라도 스트레스 해소를 해야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런데 이것은 착각이다.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 우리의 뇌는 엄청난 중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피곤하고 힘들 때 우리를 위로해준다고 생각하는 많은 활동들이 오히려 우리를 더 피로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으면 한다. 그러니까 디지털기기로 톱날을 간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더 무디게 되어 바쁘기는 한데 되는 일이 없다.
생각해보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게임을 하고나서 피로가 풀리고 상쾌한 기분이 드는가? 이는 피곤하고 지칠 때 찾아가는 노래방이나 마시는 술과 담배와 같다. 순간 기분이 좋은 것 같지만 피로회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산책이나 운동을 하고나서의 유쾌한 피로는 피로를 풀어준다.
특히 조용한 곳에서 홀로 책을 읽으면서 얻는 평화로움은 마음의 에너지가 되어준다. 독서는 마음을 다독여주고 다잡아주는 마음수련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수도자들은 다양한 독서법으로 관상에 이르러 하느님 안에 쉬는 체험을 하였다.
책을 읽을 때는 없었던 시간의 여백도 보인다. 마치 마음속에 시간을 저축해놓는 뿌듯한 기분이다.
바빠서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피곤한데 어떻게 책에 집중 하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산책이나 운동보다도 독서가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더 높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바빠서 책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지 않아 여유가 없다. 톱날을 갈지 않고 나무를 베려고만 하기에 더 조급하다. ‘마음의 여유’만이 시간을 만들어준다.
어떻게 할까? 자신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책 한권에 집중해보라. 분명 없었던 여백이 펼쳐지는 신비로운 순간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시간은 주관적이다. 그래서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여유 있게 웃으면서 ‘놀러오라’하고 어떤 이는 바빠서 ‘만날 수 없다’며 마치 바쁜 것을 자랑이나 하듯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시간은 그 사람의 ‘마음’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바쁜 사람은 절대로 하느님도 만날 수 없다.
언제나 바쁜 당신, 톱날을 갈아주는 ‘독서’로 시간의 여유를 찾고 그 여유로움으로 하느님과 이웃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용은 제오르지아 수녀(살레시오수녀회)는 미국 뉴욕대(NYU) 대학원에서 미디어생태학(Media Ecology)을 전공하고, 버클리 신학대학원(GTU Graduate Theological Union)의 살레시오영성센터(ISS)에서 살레시오 영성을 수학했다. 현재 부산 ‘살레시오 영성의 집’ 관장을 맡고 있다.
(5) ‘시간도둑’에 주의하라
‘피로’ 주는 스마트폰, ‘휴식’ 주는 독서
스마트폰·텔레비젼 통한 휴식
오히려 뇌에 중노동 시키는 것
디지털기기에 시간 도둑맞는 꼴
오히려 뇌에 중노동 시키는 것
디지털기기에 시간 도둑맞는 꼴
발행일 : 2014-07-20 [제290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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