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임금이 아들의 혼인 잔치에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이 혼인 잔치에 초대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왕족, 귀족, 고관대작들이 초대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임금은 그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초대한 것 같습니다. 종을 보내서 초대받은 이들을 불러오는데, 그들이 밭에 가고, 장사하러 가면서 혼인 잔치에 가지 않습니다. 일부는 그 종들을 때리고 죽입니다. 마피아까지도 이 임금은 아들 혼인 잔치에 초대한 것 같습니다.
자기와 친분이 있고, 이득이 될 성 싶은 명문가의 기득권층만을 초대한 것이 아니라, 밭에서 일하는 사람, 장사하는 사람, 못된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까지 다 초대했습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당신의 나라로 초대하는 것과 같이.
사람들이 혼인 잔치에 오지 않자, 임금은 다시 종들을 시켜 거리에 나가 어떤 이도 상관없으니 혼인 잔치에 초대하도록 시킵니다. 임금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혼인 잔치로 초대합니다.
혼인 잔치란 어떤 것입니까? 한 쌍의 남녀가 사랑하여 한 가정을 이루는 새 출발의 자리입니다. 사랑으로 충만한 젊은 남자와 여자가 있고, 이들을 사랑스럽게, 대견하게 바라보는 그들의 부모가 있습니다. 많은 친지, 지인들이 축하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이 얼마나 사랑과 희망이 넘칩니까! 임금 아들의 혼인 잔치이니 음식은 또 얼마나 잘 차렸겠습니까! 제일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흥겹고 기쁜 자리에 어떻게 안 갈 수 있을까요? 그러나 사람들은 밭일이 장사가 더 중한 모양입니다.
우리는 이런 초대에 즉각 응답하고 제일 좋은 옷을 차려입고 잔치에 선물까지 들고 갑니까? 아니면 작업복 차림으로 일터로 가버립니까?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고 계십니까?
하느님의 초대가 중합니까? 다른 일상이 더 앞섭니까? 하느님의 초대란 무엇일까요? 미사와 기도생활이 하느님의 초대일까요?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은 하느님의 초대가 아닙니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사랑과 희망과 기쁨이 넘치는 곳으로 초대합니다. 임금 아들의 혼인 잔치와 같은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맛난 음식들이 많이 차려져 있고, 사람들은 격 없이 서로 웃고 이야기하고, 인사하고 신랑과 신부를 축하하는 그런 곳으로 우리는 초대됩니다.
이런 초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지치고 힘겹고 어려운 하루에 짜증만 납니까? 매 순간 우리는 혼인 잔치와 같은 하느님께서 계신 곳으로 초대됩니다. 동시에 우리는 지옥과 같이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는 두렵고 힘든 곳을 선택할 자유가 주어집니다. 밭에 가서 일해야만, 장사하러 가야만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밭에도 장사하는 일터에도 하느님께서는 잔칫상을 펼쳐놓으셨습니다. 끊임없이 그 잔치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임금의 궁전에만 혼인 잔치가 열리는 것이 아닙니다. 거리 한복판에서, 내가 일하는 공장에서, 하루 종일 있는 우리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는 하느님께서 열어주시는 잔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 초대에 응한다면!
우리는 자유롭게 지옥의 불구덩이도 선택합니다. 그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말입니다. 그 모습을 안타까워하시면서 하느님께서는 다시 손을 내미십니다. 당신께서 마련하신 잔치에 오라고 초대하십니다. 우리가 지금은 자의든 타의든 지옥을 걸어가고 있다고 해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유효기간이 없는 초대장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끊임없이 초대하시는 분 / 김동일 신부
연중 제28주일(마태오 22,1-14)
발행일 : 2014-10-12 [제291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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