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심이 부른 감동 |
교황의 소통 방식은 권위주의와 위선이 판치는 우리 정치문화에서는 놀랍기까지 하다. 교황은 17일 아시아주교단 연설에서 “우리의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진정한 대화를 하려면 “다른 이들의 경험, 희망, 소망, 고난과 걱정도 들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은 교황이 방한 내내 이 말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것을 목격했다.
소탈하고도 겸허한 모습은 신선한 감동이었다. 교황은 방탄이 되지 않은 소박한 차를 이용했으며, 어디를 가든 아이들만 보면 차를 세워 강복해주었다. 음성 꽃동네에서는 장애아 한명 한명을 모두 껴안고 입을 맞췄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대통령까지 누구를 대하든 똑같은 모습이었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높아진다는 가르침을 교황은 몸으로 보여주었다.
약속을 지키는 모습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해 달라는 요청에 행동으로 응답했다. 15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달라는 뜻으로 준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와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했으며, 16일에도 역시 리본을 단 채로 광화문 시복식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또 시복식에 앞서 광화문에서 한 달 넘도록 단식 중인 김영오씨를 만나 따뜻하게 손을 잡았고, 17일에는 이호진씨에게 직접 세례를 줬다. 모두 세월호 유족들의 요청을 잊지 않은 일이었다. 유족들은 교황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위로가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이런 진실하고 신뢰 어린 자세로 교황은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비인간적인 질서를 거부해야 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했다. 시복식에서도 “막대한 부와 풍요 곁에 비참한 가난이 소리없이 자라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보여주는 이런 경청과 겸손과 진심, 그리고 한결같이 약자를 향하는 마음에 우리 사회가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을 지키려 이웃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고, 시늉과 흉내는 있으나 진심은 온데간데없고, 입에 발린 말로 한 약속을 때가 지나면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우리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이 본받아야 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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