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기억할 글

두 교황님의 인사

김레지나 2013. 12. 25. 18:42

 

-예수탄생 의미 잃은 世態 비판
前교황 만난 교황 "날 위해 기도해 주세요" 함께 기도하고 30분간 대화

"메리 크리스마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교황 프란치스코)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전·현직 교황이 만나 서로를 축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베네딕토 16세(86)는 지난 2월 건강상의 이유로 교황에서 자진 사임했고 프란치스코(77)는 지난 3월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2005년부터 8년간 재임한 베네딕토 16세는 1415년 교황 그레고리 12세가 사임한 이후 598년 만에 자진 사임한 교황이다.

프란치스코는 교황 취임 후 처음으로 맞는 가톨릭 최대 행사 성탄절을 앞두고 베네딕토 16세 숙소인 바티칸 내 수도원을 먼저 찾았다고 AP는 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지팡이를 짚고 문 앞까지 나와 프란치스코를 맞이했고 두 사람은 두 손을 꼭 잡고 인사를 나눴다. 프란치스코는 베네딕토 16세에게 "건강해 보여 기쁘다"고 인사했다.


	교황 프란치스코(오른쪽)가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바티칸 내 수도원에 사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찾았다. 두 교황은 자주 만나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가깝게 지내고 있다.
성탄절 앞두고 만난 前·現교황 - 교황 프란치스코(오른쪽)가 성탄절을 이틀 앞둔 23일 바티칸 내 수도원에 사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찾았다. 두 교황은 자주 만나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가깝게 지내고 있다. /AP 뉴시스
흰 사제복을 입은 두 사람은 예배당으로 들어가 나란히 서서 기도한 뒤 수도원 거실에서 30여분간 이야기했다. 베네딕토 16세 숙소 내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그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사임 후 네 번째다. 바티칸이 이날 공개한 영상 속 그의 모습은 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베네딕토 16세를 '함께 사는 할아버지'처럼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종종 베네딕토 16세를 찾거나 그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고 있다.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 함께한 것은 지난 7월 바티칸에서 열린 '성미카엘 대천사' 조각상에 축복 기도를 한 행사가 유일하다.

현재 교황 프란치스코의 최대 과제는 부패와 탐욕, 성 추문 스캔들로 얼룩진 교회를 개혁하는 일이다. 베네딕토 16세가 자진 사임했을 때도 그가 건강 때문이 아니라 사제들의 성 추문과 바티칸은행의 부패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개혁을 바라는 가톨릭의 기대에 부응하듯 교황은 취임 후 일관되게 세속적 가치를 추구하는 교회의 모습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22일 미사에서도 성탄절의 본래 의미를 잊은 채 그저 떠들썩하게 즐기는 날로 여기는 세태를 비판했다. 그는 "성모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출산을 기다렸던 것처럼 교회도 이번 주에는 예수의 탄생을 기대하는 자세여야 한다"면서 "과연 지금 우리에게 주님을 위한 공간이 있는가? 시끄럽게 파티하고 쇼핑하기 위한 공간만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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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비유법의 달인!

대교구장 시절 펴낸 책 통해 비유로 교회 가르침 설명


【바티칸시티=CNS】 새 교황은 비유 화법의 달인?

 교황 프란치스코도 평소 성경 속 예수 그리스도 못지않게 비유 화법을 즐겨 쓴다. 최근 「교황 프란치스코; 호르헤 베르골료와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을 보면 복잡한 신학적 개념과 교회 가르침을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이 책은 2010년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 시절에 인터뷰한 내용을 엮어 출간한 「예수」라는 제목의 대화집 개정판이다. 현재로선 스페인어판으로밖에 접할 수 없다.

 교황은 이 책에서 행정 업무에 치중하거나 소수 사람만을 상대하는 교회는 결국 병에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떼를 찾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은둔과 고립을 자처하는 목자는 목자가 아니라 양털을 꼬불꼬불 퍼머하는 데 시간을 쏟는 미용사"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현시대 상황은 목자가 아흔아홉 마리 양을 놔두고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나서는 성경 속 비유(마태 18,12-14) 상황과 정반대"라며 "오늘날은 우리 안에 겨우 한 마리만 있고, 나머지는 모두 나가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또 지혜와 여유가 없는 노년을 '맛이 시큼하게 변한 포도주'에 비유했다.

 "언젠가 공항에서 나이 많은 유명한 기업가가 수화물 짐이 늦게 나온다고 격분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참을성 없는 젊은이라면 이해하겠지만 그 나이에…. 그 노인을 보면서 저 사람은 노년의 지혜를 즐길 줄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마치 오랜 세월 속에서 숙성된 고급 포도주가 아니라 오래 둬서 맛이 상해버린 포도주 같더라니까요."

 교황은 아이를 키우는 것을 연날리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어릴 때 친구들과 연을 날리는데, 연이 8자 모양으로 엉켜서 곤두박질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럴 때 줄을 감으면 안 돼요. 아이들은 '줄을 풀어! 연이 흔들리게 풀어!'하고 고함을 칩니다. 자녀가 방황하고 흔들리면 다그치려고만 하지 말고 시간을 좀 주세요. 성경에서도 아버지는 집 나간 아들(루카 15, 되찾은 아들의 비유)이 경험을 통해 깨닫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셨잖아요."

 또 "죄의 얼룩은 내가 씻어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만이 제거하실 수 있다"며 "죄를 지었다면 얼룩을 빼려고 세탁소에 갈 게 아니라 먼저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면서 나 자신과 화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통과 분노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비유를 들었다.

 "분노는 하늘을 올려다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꽉 들어찬 집 같은 거예요. 반면 고통은 사람들이 많다 하더라도 최소한 하늘은 올려다볼 수 있는 도시 같은 거고요. 고통은 기도와 우정에 열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보다는 차리라 고통이 낫습니다."


 

▲ 교황 프란치스코는 성품이 파격적일 정도로 소탈한 데다 평소 무엇을 설명할 때 비유를 즐겨 든다. 교황이 3일 주례 일반 알현을 마치고 퇴장하다 다리에 깁스를 한 소녀가 눈에 띄자 다가가서 깁스에 쾌유를 비는 사인을 해주고 있다. 【바티칸=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