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기억할 글

잘 죽는 것도 복입니다.

김레지나 2012. 11. 5. 19:23

인천주보에 실린 장00마리아 자매의 사연

 

  하루를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마치는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꿈이 수녀님이어서 성당에서 생활할 정도로 신앙심이 깊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늘 기도가 목마르던 분이었습니다. 이루지 못한 자신의 꿈을 세 명의 자녀들 중 한 명은 꼭 이루어주길 바라며 늘 신앙적으로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하셨습니다. (....) 그 여인, 바로 제 어머니는 사순시기에 위암판정을 받으시고 5년간의 위암, 대장암 투병 후 작년 8월 3일 주님 곁으로 행복한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

   엄마의 암 선고 후 저는 주님께 약속했습니다. 평생 묵주를 손에 놓지 않고 기도할테니 엄마에게 건강을 허락해 달라고....(......)

  저로 시작된 기도는 결국 가족들에게까지도 전해졌고, 우린 모두 매일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제 기도는 제가 원하던 응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위암 발병 후 대장암까지 전이되어서 힘들어하시는 엄마를 보며 전 신앙심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5년 동안 매일 했던 기도에 대한 회의감이 결국 주님을 원망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입원 중이셨던 엄마가 물으셨습니다.

  "마리아, 저렇게 성당 열심히 다니고 신심 깊은 암환자 분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니?"

  "성당을 열심히 나가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신앙심이 깊은 사람만 아프니까요. 전요, 엄마가 오랫동안 해오셨던 예수 수난 15기도의 은총. 임종 시 지켜주시고 15일 전에 가르쳐 주신다는 그 은총이 정말 맞는지 확인하고 성당 열심히 다니려고요."

  "아이고, 큰일 났네. 우리 딸 때문에 내가 기도 더 열심히 해야겠네. 하하하."

  엄마에게 고통을 주신 주님께 투정부리듯 내뱉은 말이었는데, 정말 놀랍게도 엄마가 호스피스 센터에 입원하던 날, '이곳이 나의 마지막이 될 것 같구나!"라고 느끼신 그 날부터 흙으로 돌아가셨던 날까지 딱 15일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 엄마의 영광은 완쾌였으나, 주님께서 계획하셨던 영광은, 엄마의 선종 후 토마스같이 보지 않고는 믿지 못하던 저의 어리석은 신앙에 불을 지피는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모든 것은 다 주님께 맡겨."

 엄마의 마지막 유언처럼 앞으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열심히 기도하고 베풀며 살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