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양승국 신부님

☆★ 어쩔 수 없는 내 사랑

김레지나 2012. 5. 11. 21:30

어쩔 수 없는 내 사랑

 
    <어쩔 수 없는 내 사랑>
 
    가끔씩 우리는 인간들끼리 주고받는 제한적 사랑, 유한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인 정화와 쇄신과정을 통해 신적 사랑으로 충분히 승화될 수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참으로 제대로 된 사랑, 평생 추구해오던 꿈에 그리던 사랑을 만났을 때, 한 사람 안에는 특별한 현상이 생깁니다. 사랑 안에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세상 만물이 하나하나 새로워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사랑을 만남으로 인해 우리는 새 인생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 사이에서 주고받는 사랑 안에도 불사불멸의 사랑, 절대적인 하느님 사랑이 포함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유한하고 나약하고 사멸하는 흙부스러기 같은 피조물인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인간끼리 주고받는 작은 사랑을 통해 무한한 신적 사랑에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참으로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까? 물론 인간 존재 자체가 불완전하기에, 영원하지 않기에, 즉시 다가오는 것이 사랑에 대한 실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그 실망을 견뎌내고, 그 사랑을 선택하고, 변함없이 그 사랑 안에 머물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이 우리 인간들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관건은 사랑에 대한 충실성, 사랑에 대한 지속성, 사랑에 대한 신의요 배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그릇 안에 있는 담겨 있는 순수하고 밝은 것,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들을 지속적으로 내어놓는 행위야말로 참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더욱 빛나고 품위 있는 삶, 완성되어 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참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각자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이 그랬습니다. 그분은 시종일관 우리에 대해 낙담하거나 염증을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태생적으로 지닌 결핍이나 나약함, 한계와 죄까지도 당신 뜨거운 사랑으로 정화시켜주십니다. 우리를 향한 선입관도 무서운 잣대도 절대 없습니다. 어제의 배신, 어제의 죄, 어제의 불충실함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새로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시며 새롭게 우리와의 관계를 설정하십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신적 사랑입니다.
    갚음을 바라지 않습니다. 어제의 나를 잊어버리시며 새롭게 시작하자고 늘 초대하십니다. 어제 하루 우리가 아무리 어둡게 살았어도 늘 밝고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십니다. 무슨 이유로 예수님께서는 우리 각자를 향해 이토록 무조건적, 무제한적 사랑을 베푸시는 것일까요? 우리 인간들 각자가 당신 지체이기 때문입니다. 자비하신 하느님 안에 예수님과 우리는 이미 친자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에게 우리는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분신 같은 존재, 그분과 우리는 한 마음 한 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에게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내 사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수님께서 오늘은 우리 각자를 향해 이렇게 당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친구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