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신앙 자료

그리스도의 사랑의 실천은 희생과 봉사

김레지나 2012. 4. 19. 20:26

예수님이 말씀하신 밀알 이야기를 묵상할 때면 항상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어머니께서는 무한한
희생과 인내, 침묵 등을 보여주셨습니다.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어머니는 항상 맛난 음식은 우리에게 양보하
시고 우리가 잘 먹지 않는 음식만 잡수셨습니다. 또 식
사 때에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쳐 밥이 모자랄 때면 혼자
조용히 부엌으로 가셔서 숭늉 한 그릇으로 대신하셨습
니다.
평생을 쉴 틈 없이 고단하게 일하셨던 어머니는 항상
몸뻬를 입으시고, 짧고 꼬불꼬불한 아줌마 파마머리를
하고 계셨습니다. 나는 그런 어머니의 옷차림과 머리 모
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학교
에 오시면 어머니를 피해 멀리 도망치거나 짜증을 냈습
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가슴이 아프고 얼굴
이 화끈거립니다. 어머니도 여자이기 때문에 멋진 옷을
입고 예쁜 머리를 하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식
들을 위해 평생 입고 싶은 것, 드시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사셨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밀알이 우리 자녀들 삶 안에 잘 썩어 새로운
생명의 열매를 맺길 바랍니다. 어머니야말로 우리 자녀
들에게 기도와 신앙생활의 가장 훌륭한 멘토입니다. 어
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만났던 하느님의 마음과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
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
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과 우
리를 무한히도 사랑하셨기에 마치 밀알처럼 땅속에서 썩
으신 것입니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라는 복
음말씀 역시 밀알처럼 먼저 죽고 썩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밀알의 삶은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됩
니다. 누구든지 자기 생명과 재물을 보존하고자 하면 제
아무리 애쓴다 하더라도 결국은 그것을 잃고 말 것입니
다. 그러나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즐겁게 자기 생명을 내
어놓으면 마지막 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예수님께서는 약속하십니다.(요한 12,25-26) 예수님께서
도 죽음 앞에서 마음이 산란할 정도로 두렵고 떨리셨습
니다. 우리는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에서 오히려 위안을
얻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렇게 두려워하셨는데, 우리
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결코 죽음을 피하지 않으시고
하느님의 뜻대로 십자기의 길을 가셨습니다. 따라서 우
리도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라면 자기가 소중하다고 생
각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남김 없이 내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활의 영광을 누릴 수 있습
니다. 이제 사순 시기도 막바지에 이르러 곧 부활을 맞이
하게 됩니다. 우리는 밀알 하나가 썩어 많은 열매를 맺는
죽음과 희생의 신비를 우리 생활 속에 실
천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 사랑의 실천은 희생과 봉사
생명의 말씀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장
허영엽 마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