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신부님들 말씀

구원받을 때 -서현승신부님

김레지나 2008. 11. 27. 08:59
11월27일 구원받을 때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2008. 11. 2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 그때에 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나가라.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

그때가 바로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루어지는 징벌의 날이기 때문이다.

불행하여라, 그 무렵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 이 땅에 큰 재난이, 이 백성에게

진노가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칼날에 쓰러지고 포로가 되어 모든 민족들에게 끌려갈 것이다.
그리고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루카 21,20-­28) 

 

 오늘의 묵상

 

종말은 삶의 결과입니다.

지금의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결론이 종말에 내려집니다.

그러기에 종말은 두려워할 것도, 무서워할 것도 아닙니다.

삶의 결과가 종말일진대 종말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작품인 것이지요.
그러니 종말을 삶의 중간에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감정적인 것으로 해석해서도 안 됩니다.

종말은 온전히 주님께 속한 것입니다.

누가 인간의 삶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이 정도로 살았으니까 종말에는 확실히 구원되겠지.’]

 ‘저렇게 살았으니까 구원과는 멀어지겠지.

이러한 판단은 우리의 생각일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실의 삶입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신자들에게 늘 다시 시작하고 새롭게 출발하라고 권고합니다.

우리는 언젠가 죽습니다. 하느님께로 되돌아갑니다.

미리 겁먹고 그날을 두려움으로 생각하며 산다면, 어찌 복음을 기쁜 소식이라 하겠습니까?

오히려 그날을 기억하며 현실에 충실하라는 것이 종말에 담긴 교훈입니다.
신앙은 보험이 아닙니다. 사고가 걱정되어 보험에 가입하듯

종말에 대한 대비로 믿음을 생각하고 있다면, 하루빨리 수정해야 합니다.

종말에 대한 지식이 우리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불안감이었다면,

어서 바꾸어야 합니다. 종말도 결국은 주님에게서 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안에는 우리 인간을 위한 배려가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구원받을 때     

-서현승 신부-


 시간의 개념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와
의미 있는 시간인 ‘카이로스’(kairos)가 그것입니다. 크로노스란 연대기적인
시간의 의미로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시간의 개념입니다. 이에 반해
카이로스란 시간은 비록 흘러가는 것이지만 시간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을
가리킵니다. 마치 역사의 의미를 ‘히스토리에’(Historie: 조사나 탐구에 의해
기술된 순수역사)와 ‘게쉬크테’(Geschichte: 풀이역사)로 구분하듯,
시간의 두 가지 그리스적 개념은 ‘하느님의 시간, 섭리’를 이해할 때

참으로 중요한 개념입니다
적어도 성경에서 쓰이는 시간의 개념은 ‘카이로스’에 가깝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구원받을 때’는 2천 년 전에
선포된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지금 다시금 ‘그 시간’이 재현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카이로스의 ‘때’일 것입니다. 세상의 종말은 언제고 이루어질 일이지만,

그 종말을 앞당겨서 미리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삶은 종말론적 희망에 가득찬
시간입니다. 한 개인의 내면 안에서도 천지가 개벽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기존의 삶의 가치가 붕괴되고 홀연히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때에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세상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은 지금도 우리 삶의 한가운데에서 매순간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