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차동엽 신부님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요한 14,23)

김레지나 2013. 4. 24. 16:56

차동엽 신부님의 신나는 복음묵상  

다해 부활 제 6주일 소책자 p.41

 

 

2) 꾸물꾸물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요한 14,23)

 

<톰 소오여의 모험>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어느 날 성경을 읽고 있는데, 한 청년이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하다는 듯 물었습니다.

  "선생님이 성경을 읽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 선생님은 성경의 모든 말씀들을 정확히 이해하시나요?"

 그러자 마크 트웨인이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성경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요. 그런데 내가 마음 아픈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말씀 때문이 아니라, 알고 있는 말씀조차 삶에 적용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복음 묵상 가족 여러분, 웬지 뜨끔하면서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대답 아닌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요한 14,23)

 

  우리는 아주 쉽게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얼마나 성실하게 그분의 말씀을 지켜왔는지요.

  이 말씀을 곰곰 묵상하자니 지난 3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새 교황이 되시어 시스티나 성당에서 드린 첫 미사 때의 강론 말씀이 문득 떠오릅니다. 복음 묵상 가족 여러분께 잠시 들려드려 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에서 저는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바로 어떤 움직임입니다. 제 1독서(이사 2,2-5)에서는 길을 걷는 움직임, 제 2독서(1베드 2,4-9)에서는 교회를 세우는 움직임, 복음(마태 16,13-19)에서는 신앙을 고백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걸러가고, 세우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

  길을 걷기, 우리 삶은 하나의 여정입니다. 우리가 걷기를 멈출 때 일은 잘못 흘러갑니다. 우리는 언제나 주님 앞에서, 주님의 빛 속에서 걸어가야 합니다. (..... )

  짓기, 교회 세우기, 여기서 주제는 돌입니다. 돌은 견고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있는 돌, 성령의 기름 부음을 받은 돌을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를, 바로 주님이신 모퉁잇돌 위에 짓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 삶의 또다른 움직이인 세우기입니다.

 세 번째는 고백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걸어갈 수 있고, 많은 것들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지 않는다면, 일은 잘못 흘러갑니다. 우리가 자선을 하는 비정부기고(NGO)가 될 수는 있겠지만 주님의 신부인 교회가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걸어가지 않을 때 우리는 멈춰 서게 됩니다. 우리가 돌들 위에 건물을 짓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생기겠습니까?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과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곧,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고 견고함은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지 않는다면, 레옹 브루아의 이러한 말이 성립하는 셈입니다. "주님께 기도하지 않는 자는 마귀에게 기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지 않는다면 마귀의 세상, 악마의 세상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

  우리가 십자가 없이 걸어간다면, 십자가 없이 교회를 세운다면, 십자가 없이 그리스도를 고백한다면, 우리는 주님의 제자가 아니라 세상의 속인들입니다. 우리가 주교, 사제, 추기경, 교황이기는 하겠지만, 주님의 제자들은 아닐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 선거인 추기경단과 함께 드린 미사강론 중에서)

 

함께 기도하시겠습니다.

주님, 저희로 하여금 복음 말씀의 열성팬이 되게 해주심을 최고의 축복으로 여깁니다.

주님, 자꾸 듣다보니, 어느덧 말씀이 제 입술이 담기고, 제 손발에 배이고 있습니다.

주님, 은총의 기운에 떠밀려 꾸물꾸물 실행하는 저희를 어여삐 보아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