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을 바라는가? 전교란? 고찬근 루카 신부님
요즈음 기발한 춤을 추며 노래하는 우리나라 가수가 전 세계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예수님도 당대에 많은 인기를 누리셨던 분이십니다.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 왕으로 모셔야 한다. 그분의 제자가 되자.” 하며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랐지만 그분은 결국 외롭게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사람들의 바람이 예수님의 가르침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오해했습니다. 일곱 번 용서하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일흔일곱 번이
라도 용서하라 하시고,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리고 싶은데 다른 뺨마저 내놓으라 하시고, 윗자리에 좀 앉아 볼까 했더니 무안하게 끝자리에 내려앉으라 하시며, 성당에서 기도하면 어때서 골방에 들어가 기도하라 하시고, 큰 맘 먹고 거금을 헌금했는데 과부의 푼돈만도 못하다고 무시하셨습니다. 법대로 이혼장을 써주면 이혼할 수 있다고 배웠는데 아내를 버리면 천벌을 받으리라 겁주시고, 재물을 좀 쌓아두려 했더니 오늘 밤에 데려가신다고 협박하시고, 뭐가 그리 급하다고 아버지의 장례까지 남들에게 맡기고 당신을 따라오라 하셨습니다. 도대체 예수님은 사사건건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셨고, 잘했다 싶은 것도 전혀 칭찬해주지 않으셨으며, 위로를 좀 받으려고 했을 때는, 더 힘든 멍에와 십자가를 내미셨습니다.
무언가 바라는 마음은 실망과 배신의 씨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주님께 이러저러한 것을 바라고 있다면 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속아 넘어가고, 걸려 넘어지는 우리를 믿고 주님께서 계속 도와주셔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오장육부 만드시고,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세어 두시며, 우리 어미보다 우리를 더 사랑하신다는 주님께 우리를 맡겨 드리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기도하고 노력하여 ‘우리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 신앙입니까?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 신앙입니까? 주님 그분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고, 그분의 길 또한 우리의 길과 다르니 신앙의 길은 그리 쉬운 길이 아닙니다.
오늘은 우리 가톨릭 종교를 만민에게 전하자는 전교주일입니다. 종교는 사랑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전교는 사랑을 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번 미사 끝에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고 다짐합니다. 복음이 무엇입니까? 복음은 예수님의 사랑에 관한 기쁜 소식입니다. 혼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을 자기 몸같이 여기며, 벗을 위해 죽기까지 사랑하신 예수님의 사랑이 이기적인 세상을 이겼다는 그런 기쁜 소식입니다. 그러므로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목숨 건 사랑을 전하는 것입니다.
전교는 정복이 아닙니다. 경쟁의 승리자가, 기득권의 소유자가 우월감에서 자비를 베푸는 그런 것도 아닙니다. 전교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어려운 신학적 용어로 설명하는 것 또한 아닙니다. 전교는 예수님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아픔 속에, 그늘 속에 던져져 있는 사람들 안에서 피눈물 나는 사랑을 사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를 통해 예수님이 다른 사람에게로 지나가시게 하는 것이 전교입니다. 혹시 우리 때문에 예수님이 지금 지나가지 못하고 계시지는 않겠지요?
2012년 10워 21일 서울교구 주보 생명의 말씀
고찬근 루카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