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6년

내 생애 마지막? 성탄

김레지나 2016. 12. 18. 16:16

여기 병원 처방 진통제가 잘 듣지 않아요.

미사 전에도 한 알 먹었는데, 안 듣더라구요.

다른 종류의 소염 진통제 일주일 분을 얻어놓았어요.

병원 검사를 앞당기기는 했는데, 좀 느긋하게 맘 먹고 이 주일 후로 당겼어요.

그사이 걍 버티는 거지요.

 

미사 중에 신부님께서 아기 예수님 맞을 준비로 성찰을 잘하고 고해성사를 볼 것을 강조하셨어요.

환우 자매들이랑 고해성사를 보려고 일찍 갔는데, 줄이 길어서 못 보았거든요.

그래서 판공성사날에 다시 가기로 했어요.

신부님들이 여러 분 오신다고 해요.

11월에 성지에서 성사를 보아서, 이번에는 넘어가려고 했었는데,

통증은 미사 중에도 계속되고, 암이 가슴 가득 퍼졌나보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숨을 잘 못 쉬는 증상만 없어도 다행이지만요.

문득 '아마도 내 생애 마지막 성탄이 되겠다.'싶으니, 총고해를 하고 싶어졌어요.

10년쯤 전에 총고해 했으니, 그후 10년 동안의 일들만 성찰하고 고해성사를 볼까 해요.

히히. 그래야 병자성사 받을 때 마음이 좀편해지지요.

 

병원으로 돌아와 바로 떨어져 한숨 자고,

점심 먹고,

산책하면서....차분히 성찰하기 시작했지요.

부족하고 못난대로, 주님이 다 아시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하느님이 '전지'하시니, 참 좋아요.

다 아시는 하느님께서 제게 '그것으로 되었다. 내 자비에 대한 믿음으로 충분하다.'하고 일러주실 테니,

'하느님, 저도 전지하신 당신의 눈길 한 번만으로 족합니다.'했어요.

 

충분히 착하게 살지 못했어도, 엄청난 은총에 맞갖는 삶을 살지 못했어도,

형편없이 자주 넘어졌어도, 교만한 마음으로 불평 속에 살았어도,

다시 고쳐 살 기회가 없어도, 주님의 숙제도 그대로 남겨놓고, 제 바람들도 아쉽지만 내려놓고

하느님께서 오라고 하시면 가볍고 털고 일어나 기쁘게 따라나설 수 있도록

지금 이 기회 주어졌음에 감사하고, 우도에게 구원을 약속하신 주님께 감사하며

은총의 고해성사로 주님 맞을 준비 잘 할래요.

히야~!! 고해성사가 주는 위로가 이렇게 크다니요.

하느님은 생각할수록 좋으신 분이어요.

 

하느님, 못난이가  못난 채로 걍 갈랍니다.

헛폼 잔뜩 잡고, 핫, 둘, 핫, 둘~!!! 봐줄만 한가요? 히힛!

저 나름 심각하니까 준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