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예수
최인걸
어찌하여 당신은
넓고 거대한 문화가 있는 기름진 땅 애굽 땅을 마다시고
하필 메마르고 척박한 모래먼지 사막의 땅
좁고 작은 고을 베들레헴이었습니까?
어찌하여 당신은
화려한 황금궁전 위엄있고 호화로운 왕궁을 마다시고
초라하고 냄새나는 마구간 말구유를 요람으로 삼고
태어나셨는지요?
어찌하여 당신은
풍부하고 심원한 사상가의 가정도 아닌 그렇다고 풍요로운 재력가의 가정도 아닌
망치 소리 불편한 가난한 목수의 가정을 식구로 삼으셨는지요?
어찌하여 당신은
도덕과 예의와 학문을 겸비하고
부와 명예를 숭상하는 고상한 자들을 마다시고
고아와 과부와 세리와 창녀와 같은
미천한 자들의 친구가 되셨는지요?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는 자 있으며
그런다고 누가 위로하는 자 없더이다
오히려 조롱하고 돌을 들고 모함하고 실망하고 배신하고 다 떠나더이다
그래도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당신
바보 같은 당신
오늘 바로 바보 당신 생신입니다
이 성탄절,
바보 당신 닮고 싶습니다
나를 해하고 핍박할지라도 미워하지 않는 당신,
바보 예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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