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5년

언니, 하늘에서도 '으짜든둥' 행복하시지요?

김레지나 2015. 8. 25. 04:13

사비나 언니!

자다 깨서 슬픈 마음에 눈물 흘리다가 이렇게 불러봅니다.

어제 언니를 위해 연도 바치고, 우리가 매일 저녁 모여서 하던 자비의 기도를 바치고 잠이 들었어요.

잠에서 깼는데, 언니가 벌써 천국에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니, 남은 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천국에의 열망을 간직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하는 기도가 나오더라구요. 요 몇 달간 겪은 극심한 통증으로 언니 영혼에 필요한 보속을 다하고도 남았을 거라는 생각도 했구요.

맞지요? 언니는 지금 천국에 계시지요?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시지요?

언니는 선종기도를 시작하셨노라고 하셨어요.

교우들끼리 매일 저녁 모여서 기도하고 말씀 나누는 시간은 참 행복했어요.

환우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그 찐한 공감 덕분에, 우리는 정말 깊은 정이 들었지요.

오늘 마리아 어머님도 안부 전화하셔서 다들 보고 싶다 하시더니,

언니 소식을 듣고 우시더라구요.

요안나 언니도 아녜스 언니도 기도하시마고 하셨어요.

요안나 언니가 기도 봉사자랑 같이 방문해주시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제 때에 전달을 못해서 마음이 아팡.

안나 어머님이랑 다른 분들한테는 아직 알리지 못했어요.

 

언니가 그러셨지요.

신앙인은 병이 낫든, 낫지 않든, '으짜든둥'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구요.

저희가 '으짜든둥' 행복할 수 있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벌써 기도해주고 계시지요?

안드레아 형제님은 항암약을 바꾸다 바꾸다... 혈전이 생겼대요.

이제 혈전치료 끝나고 다시 항암 들어갔는데, 진통제를 먹어야 하나 봐요.

글라라 언니랑 안나 언니는 이제 연락이 안 되어요.

임종을 기다리고 계신가 봐요.

언니, 그분들 손 꼭 잡아 주세요.

 

오늘 저녁에는 옆방 형제님이랑 다른 옆 방 자매님을 성당에 모시고 가기로 했어요.

신앙이 없이 투병하는 일은 얼마나 힘이 들까요? 상상도 안 되어요.

일단 예비자 교리에 등록하게 하고, 여차하면 대세 받도록 도와줄까 해요.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에, 영적으로 방해받으면 어쩌나 걱정이 돼요. 

무탈하게 잘 다녀올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언니가 병원을 떠나던 날, 제 방에 찾아와 기도를 청하셨어요.

언니랑 꼭 안고 울면서 기도하던 그때의 간절함으로 언니 영혼을 위해 기도할게요.

연미사도 하고, 위령성월에 전대사 양도기도도 약속할게요.

언니도 엉터리인 저를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빌어주세요.

하느님께 신앙의 은총을 저희에게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주시구요.

 

주님 안에서 사랑해요.

네, 언니! 우리 으짜든둥 행복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