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강요셉 신부님

.5월 20일 부활 7주간 수요일

김레지나 2015. 6. 16. 20:06
5월 20일 부활 7주간 수요일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1) 
 
우리는 세상 속에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이미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들이기에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세상에서 지켜 주시기를 아버지께 기도하십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시며 당신의 사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그들을 거룩하게 해 달라고 청하십니다. 
 
'거룩하게 하다' (consecrare: 꼰세끄라레)는 단어는 '세상적인 것에서 분리시키어 하느님께 속하게 하다'는 뜻입니다. 제자들의 거룩함은 스스로의 힘으로 높아지는 위상을 의미하지 않고 아드님의 거룩함에 종속됨으로 얻어지는 은총입니다. 
 
성경에서 거룩함과 깨끗함은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깨끗하고 거룩해지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말씀을 순결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피조물로서 거룩하신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신 성모님의 삶이 이러하셨습니다. 그분은 믿음과 겸손으로 말씀을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래서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마리아의 순결한 마음에 잉태되실 수 있으셨습니다.  
 
성모님은 스스로의 삶을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하느님께 봉헌하며 하느님의 것이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셨고 그분의 사랑에 머무는 삶을 살아가신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일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인간적인 인정과 친교가 아닙니다. 가정의 일치, 교회의 일치, 세상의 일치는 우리에게 나오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와 일치를 이루며 살아가심은 말씀과 사랑을 통해서였습니다. 성모님께서도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셨고 그 말씀을 사랑하심으로 하느님과의 일치에 이르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하나된 공동체가 진정한 일치를 이루게 됩니다. 우리 가정과 교회에 필요한 일치는 말씀을 중심으로 모일 때 가능합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말씀의 하느님이고 그 말씀이 순결한 마음을 찾아오시어 살과 피를 지닌 사랑으로 육화 되십니다.  
 
일치에는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본성적 일치요, 다른 하나는 사랑의 일치, 성령의 일치입니다.  
 
예수님은 본성상 아버지와 같은 신성으로 같으시지만 우리는 그러한 일치를 누릴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예수님 안에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머무를 때 특별한 본성을 받게 됩니다. 그것은 아들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은총입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피조물이며 죄의 본성을 지닌 우리가 창조주이시며 거룩하신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며 그분의 자녀가 되어 거룩함에 동참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우리와 일치하시기 위하여 우리의 형제가 되어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죄인인 우리와 어떻게 형제가 되실 수 있으셨습니까?  
 
그리스도 당신과 우리 사이에 공통 분모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특별한 본성은 같은 어머니 안에서 한 형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마리아의 아들이 되셨고, 거룩하신 당신의 어머니를 나의 어머니로 내어 주신 것입니다.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 안에서 그리스도와 우리는 같은 어머니를 모신 한 형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형님이신 그리스도를 따라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는 사랑의 일치, 성령의 일치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모 마리아의 존재는 하느님과 우리 사이의 일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우리가 그리스도 예수님과 형제 관계를 이루는 특별한 본성을 누리는 선물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십자가에서 제자를 어머니에게 맡기시고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고 선언하신 이유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시고"(27절) "한 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습니다.(사도 1,14) 
 
제자들이 주님과의 거룩한 일치에 이르게 되는 새로운 시작이 어머니라는 존재였습니다. 그분을 "자기 집"에 모시며 기도하던 제자들은 어머니의 마음 안에서 하나의 마음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시고 믿음과 사랑으로 말씀을 잉태하셨던 거룩하신 어머니를 통해서 제자들은 성령의 일치를 이룰 수 있게 되었고, 성령강림으로 거룩하고 새로운 교회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며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을 향해 있었던 마음과 정신이 다시 그리스도 예수님을 향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 등을 돌렸던 제자들이 다시 그분의 마음으로 돌아가 사랑으로 일치하였던 성령강림의 순간에 "예수님의 어머니"께서 함께 하셨음을 기억합시다.  
 
우리도 주님의 어머니를 우리 마음에 모시고 그분과 함께 기도하며 성령의 오심을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를 하느님과의 일치에로 이끄시는 하느님 사랑의 영이신 성령께서 오시어 우리 가정과 교회와 세상을 새롭게 하여 주시고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도록 지금은 우리가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강요셉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