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인 제가 개신교 집사가 된 사연
김만순_대전 문화동 본당 신자
저는 손자 손녀 9명을 둔 칠십이 넘은 할머니입니다. 2000년 5월 폐암 진단을 받은 남편이 대전 성모병원에 입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담당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아들, 며느리들까지 저와 제 남편에게 치료만 잘하면 나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병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누워있는 침대 발치에 무릎을 꿇고 묵주기도를 드리며 성모님께 애원했습니다. 눈물은 또 왜 그렇게 많이 쏟아지던지요. 옆 사람을 의식하지도 않은 채 과거에 남편에게 잘못했던 것을 생각하며 회개하면서, 또 용서를 청하면서 남편을 살려 달라고 간절하게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옆 사람들에게 창피하다는 생각을 할 여지도 없이 울며불며 3~4일을 계속 기도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누가 “집사님, 저를 부흥회에 좀 인도해 주세요”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누구에게 집사님이라고 하나?’하며 뒤와 양옆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50대 초반의 여자가 저를 바라보면서 부흥회에 인도하고 도와달라며 무릎을 꿇은 채 애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골수암 판정을 받고 옆 침대에 누워 있는 28세 된 남자 환자의 어머니였습니다.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어 저같이 못나고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부탁하고 사정하는 것 같아 너무도 가엾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나 저는 너무도 황당하고 주님 앞에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죄송스러웠습니다.
저는 조상님과 부모님으로부터 가톨릭 신앙을 유산으로 이어받아 이제껏 예배당에 가본 적도 없고, 부흥회도 말만 들었지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탁을 저에게 하니 난감하더군요. 그때가 밤 9시가 넘었을 때라 저는 생각 끝에 우선 병원에 있는 경당으로 안내했습니다. 감실등 옆의 예수님께 먼저 인사와 소개를 드린 뒤 데리고 나왔는데, 경당에 가니 엄숙하고 두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날 수녀님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 수녀님은 환자 방문과 함께 신앙 상담도 해주셨습니다. 그녀는 어디서 샀는지 아주 예쁜 묵주 두 개를 샀다며 저에게 자랑을 하더군요.
같은 병실에 신장암 환자의 부인이 있었습니다. 제 『9일 기도』 책이 낡기도 하고 저에게 집사님이라고 한 여자에게도 주려고 두 권을 사 놓았는데, 어느 날 없어져 버렸어요. 나중에 보니 신장암 환자의 부인이 그 책을 가지고 있더군요. 그래서 “그 책을 뭐 하러 가지고 있어요. 그 책은 어디서 났구요?‘”라고 묻자 자기가 ’오늘 샀다‘고 하더군요. 뭐라 할말이 없었지요. 그런데 몇 시간이 흐른 뒤 그녀가 하는 말이, 자기는 10년 동안 냉담하고 있는데 남편이 너무 고약하고 자유를 억압해서 신앙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도하는 방법 좀 가르쳐주고 남편을 위해서도 기도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언니 언니 하면서 사정하는데, 참 난감하기 이를 데 없더군요. 당시에는 제 남편 때문에 제 코가 석 자였는데, 이 사람 저 사람이 이거 도와 달라 저거 도와 달라 했으니까요.
제가 힘들어하는 것을 본 남편은 당신 몸도 가누기 힘들면서 도와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선 냉담 중인 여자의 남편을 위해서 9일 기도 바치는 방법을 가르쳐 가며 그녀와 함께 기도를 바쳤습니다. 9일째 되는 날, 신장암 환자는 수녀님에게 대세를 받았고, 부인은 원목 신부님에게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얼마 후 그녀의 남편은 성령 기도회 회원들이 바치는 기도 소리를 들으며 주님 품에 안겼습니다. 그녀는 현재 대전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딸도 영세시키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 해 10월 묵주기도 성월에 제 남편 도미니코도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집사님이라고 했던 그녀의 아들도 원목 신부님에게 요한이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고 선종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그녀는 관할 본당인 대전 대화동 성당을 찾아가 열심히 예비 신자 교리를 배워 ‘요안나’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고 지금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들만 셋을 두었습니다. 처녀 때부터 천주교를 싫어한 며느리가 있어서 관면 혼배를 하고 혼례를 예식장에서 치렀습니다. 그 며느리 듣는 데서는 성당 이야기도 못했고, 아들마저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지요. 며느리가 거부 반응을 보일 때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고 슬펐습니다. 그래서 성모님께 매달리기 위해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사제들을 위한 묵지기도 20단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날은 온전히 사제들을 위한 지향을 두었기 때문에 가정 문제는 생각지도 않았지요. 그런데 그렇게 천주교를 냉랭하게 대하던 며느리가 어느 날 교리를 배워 세례를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축하해 주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성당에 갔습니다. 그런데 우리 며느리를 교회로 이끈 분이 바로 사제들을 위해 기도하는 다락방 모임에 나오는 자매님임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제들만 위해서 기도했는데 며느리가 교리를 배워 세례를 받다니, 저와 그 다락방 모임 자매는 이게 웬일이냐며 서로 크게 기뻐했답니다.
큰며느리는 조상 대대로 불교 집안에서 자라다 시집을 왔는데 서로 다른 것이 많아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며느리는 경상도 사투리를, 저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니 어느 땐 말도 잘 안 통했죠. 제가 ‘이렇게 하랑께’하면 며느리는 ‘그렇게 하이소’하니, 처음에는 어색하고 우습고 주파수가 맞지 않아서 힘들었습니다. 2003년 3월에 큰며느리는 아들 쌍둥이를 낳았고, 이듬해 9월에는 아들 딸 쌍둥이를 낳아 2년 동안 아들 셋에 딸 하나를 두었습니다. 그런 큰며느리가 지금은 완전히 성당에 빠졌어요. 열심한 정도가 아니고 아들 셋과 딸 하나를 전부 신부와 수녀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기도 많이 해주세요. 착한 사제들과 착한 수녀가 되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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