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묻힌 보물/별난 신앙체험

데오 그라시아스(Deo Gratias) / 김미경_도서관 사서

김레지나 2015. 5. 17. 19:22

데오 그라시아스(Deo Gratias)

 

                                                                 김미경_도서관 사서

 

“하느님 감사합니다(데오 그라시아스)!”

하루에 수십 번을 되풀이해도 부족합니다.

 

저는 오랜 기간 교리 봉사를 하며 행복을 찾았습니다. 대신에 생업에는 좀 불충하여 하루하루 파트타이머 일을 하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강사로 나가던 고등학교에서 갑자기 올해는 외부 강사 채용 계획이 없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저는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주님,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 제 생업도 해결되는 일, 교리 봉사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제 주변에 기도 응원자들이 모여 들기 시작합니다. 교리 봉사회 봉사자 분들, 대모님, 재속 프란치스코회 가족 외에도 저를 아는 많은 분이 함께 기도를 올려 주신 것입니다.

저는 강사 일이 아니라도 좋으니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오기를 소망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디에 쓰일까 궁금해 하며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수십 통 보냈습니다. 그런데 전공을 살릴 만한 자리는 경쟁이 치열해서 통 연락이 안 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님께 믿음을 두고 기다립니다. 그러자 집과 그리 멀지 않은 중학교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직종은 국어 강사가 아니라 도서관 사서였습니다.

 

면접 당일, 쟁쟁한 경력자와 제가 대결하게 됩니다. 사실 저는 단 한번도 사서로 근무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떨어질 확률은 높지요, 그럼에도 주님을 믿었기에 저는 솔직하게 못 하는 것은 못한다고 하고, 잘 하는 것은 잘 한다고 하며 면접에 임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본인의 인성 부분에서 한 가지 자랑을 해 보라고 하십니다. 그때 저는 직장생활의 경험을 되살려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던 면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본당에서 교리 봉사를 하며 찾은 행복을 큰 소리로 기쁘게 이야기했습니다. 주님께 맡기고 면접을 보는 상태라서 떨림도 없고 두려움도 없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고는 면접을 잘 보고 간다고 생각하라며 기다리랍니다. 결국 그 학교에서는 저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것은 이제부터입니다.

저는 면접에 합격하여 서류를 다 준비해서 행정실에 제출하고 며칠 후 첫 출근을 했습니다. 겨울방학 동안 개관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도서관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컴퓨터 안의 정보를 관리하고 있을 대입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성가를 부르며 나타나십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드리자 교장 선생님께서는 제게 책 한권을 골라 달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제가 도서관 근무가 처음이라 교장 선생님이 원하시는 책이 어디에 있는지 금방 찾지 못하고 있자, 교장 선생님께서는 스스로 책을 골라서 다가오십니다.

“내가 책을 골랐어. 근데 제목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야.”

저는 교장 선생님께 묻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하느님 믿으세요?”

“그럼!”

저는 그 순간 이 자리에 저를 보내신 분이 하느님이시구나 싶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을 이으십니다.

“내가 면접 때 김 선생에게서 하느님을 향한 마음을 발견했지. 그래서 뽑았어. 일은 조금 못 해도 괜찮아. 따뜻하게 학생들을 인도할 사람이 필요했어.”

저는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마음은 모두 통하는 구나’ 싶었습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사랑을 주셔서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끼리 서로 알아보게 하시고, 우리의 간절한 바람을 아시고 일자리를 주시는 구나’싶어서 진심으로 감사 기도를 드렸습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눈물이 글썽이는 저를 보시고 교장 선생님께서는 제게 계속 주님의 사랑을 전해 주십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사랑을 저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과 눈빛을 통해 전달받았습니다.

지금은 사서 연수도 받고, 사서와 관련된 책을 열심히 연구하여 일도 익숙해졌습니다.

 

이틀 후에 개관을 하면 수십 명의 선생님과 수백 명의 학생이 모두 도서관을 찾을 것입니다. 저는 한 명 한 명에게 주님 사랑을 미소에 실어 나누고자 합니다. 그 일터는 주님께서 보내 주신 곳이고, 주님의 영광을 위해 저를 봉헌하는 자리라고 믿으며 열심히 일에 임하고자 합니다. 함께하는 국어 선생님, 부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 모두 저를 신뢰해 주셔서 더욱 힘이 나고 신이 납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 안에서 주님을 어떻게 만나게 될지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