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밥값까지 받아주시는 하느님!!
류영남_대구교구 성동 본당 신자
새벽 네 시 반이면 남편은 어김없이 부스럭거리며 나의 단잠을 깨운다. 이미 잠이 깨버린 나는 정작 내가 일어나야 할 여섯 시까지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선잠을 자기 일쑤지만, 이 생활 패턴도 이미 십 년을 넘었으니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아니 감사한다.
옷을 챙겨 입은 남편은 거실로 나가 기도를 한다. A4용지 반 장 가득 깨알같이 빽빽이 쓰인 이름의 모든 이를 위해서 기도한다. 개신교이거나 무교인 시댁 식구들, 불교이거나 무교인 친정 식구들, 친척들, 친구들,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 우리 식당에 오셨던 사람들, 한 번 스친 사람들이라도 기도가 필요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이름을 물어 그분들을 위해서 기도한다.
주일에만 마지못해 성당에 가는 발바닥 신자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해한다. 아니 감사한다. 그 무수한 기도가 반사되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식당을 하는 우리 부부에게 5년 전쯤 있었던 일이다. 기사 식당이었지만 배달도 했다.
주유소 신축 현장에 밥 배달을 시작했는데, 거리도 멀고 그리 큰 주유소가 아니라 수량도 많지 않아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큰 거래처와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꾸준하게 배달을 했다.
그런데 두 달이 가까워지도록 밥값 결제도 안 되고 민원이 걸려 공사가 중단되고 말았다. 우리 식당에 밀린 밥값이 백오십만 원으로 영세한 식당에는 아주 큰돈이었다.
계속 독촉을 했지만 변명만 해 대는 사장님, 공사가 중단된 마당에 수월하게 밥값을 받을 리 만무했고 급기야 연락도 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 보니 경제적인 능력도 신용도 별로 없는 그런 사장님이었다.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게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 지 석 달쯤 흘렀을까? 그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공사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으니 밥을 배달해 달라는 것이었다. 기가 막히고 울화통이 치밀어 정신없이 퍼부었다.
“사장님요~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을 해 보이소~ 사장님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다시 밥을 팔겠능교? 얼마라도 밥값을 가지고 와서 부탁해야 도리 아닙니까? 우리 식당에 백오십만 원이면 큰돈입니다. 밥값을 주시기 전에는 안되겠습니다.”
한참 동안 언성을 높이며 실랑이를 벌였다. 그 사장님의 신용도로 봐서 ‘앞으로 계속 밥을 팔아 봤자’라는 생각에 당당하게 튕겼다. 주변에 마땅하게 밥 먹을 곳이 없던 터라 사장님은 꼬리를 내리고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오십만 원을 줄 테니 밥을 해 달라” 이렇게 나오는 마당에 오기가 생겨 “안된다. 전액 지불해 달라”고 하였다. 결국 백만 원을 우선 송금 받기로 약속을 하고 통장에 돈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중에 남편이 애기했다.
“우리 말이다, 이거는 좀 치사하지만 백만 원만 받고 거래 끊자. 거래 계속하다간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니까 오십만 원은 포기하고 그렇게 하자.”
오십만 원이 아깝고 속은 좀 쓰리지만 그렇게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삐리리리~~” 전화벨 소리에 송금을 했다는 전화려니 생각하고 받았더니, 그 사장님의 난처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아지매요. 우리 마누라가 실수로 백만 원을 두 번 보내 버렸는데⋯. 이거 참⋯ 백만 원은 이쪽으로 다시 좀 보내 주셔야겠는데⋯.”
‘헉~~~우째 이런 일이~~~어떻게 이런 일이~~~’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나도 모르게 크게 성호를 그으며 속으로 되뇌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하느님! 히이야~ 하느님께서 밀린 밥값 받아 주시는구나! 하느님 멋쟁이~~~~’ 야호를 외치고 싶었지만 나는 침착하고도 당당하게 말했다.
“사장님요. 뭐라고요? 그럼 이백만 원을 보냈다 이 말씀입니까? 그래요? 그라면 돈이 있으면서도 밥값을 그렇게 미루면서 연락까지 끊고 애먹인 이유는 도대체 뭡니까? 제가 백만 원을 돌려 줄 거라 생각하십니까? 천만에요. 밥값으로 백오십만 원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그리고 오십만 원은 거슬러 드리겠습니다.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사장님을 신용할 수가 없어 이만 거래를 끊었으면 합니다.”
나는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인터넷 뱅킹, 폰뱅킹을 무수히 해 봤지만 실수로 같은 금액을 두 번 보낼 수도 있을까? 그 상황에 감사했다. 그리고 평소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남편이 감사했다. 포기했던 오십만 원은 선뜻 성당 신축 기금으로 기부했다.
하느님께선 오십만 원의 몇 배를 더 채워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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