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공감
1) 기죽지 않는 희망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5,5)
위령성월이지 위령의 날을 맞은 오늘, 어쩐지 이 11월이 스산하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위령성월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움의 달, 슬픔의 달이라기보다 희망의 달입니다. 비록 내 곁을 떠난 부모, 형제, 친척, 친구, 은인들을 지상에서 더는 만날 수 없지만, 언젠가 하느님 나라에서 천상 기쁨과 함께 이별없는 재회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기에 우리가 바치는 위령기도는 돌아가신 분들만을 위한 기도가 아닙니다.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 자신을 위한 기도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렇듯 가슴 깊이 희망을 간직하며 사는 우리들에게 주님 구원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희망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단골 메시지이기도 하지요.
저의 책 <교황의 10가지>를 읽은 독자나 강의를 들은 청중 가운데는, 유독 교황님의 '희망 메시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복음 묵상 가족들과도 그 한 대목을 나눠봅니다.
교황은 로마의 시민들과 만남의 자리에서도 희망 실종의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교황의 목소리다.
"우리 잠시 침묵 중에, 저 깊은 곳에서부터 슬픔을 느끼며 희망 없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음주, 약물, 방탕한 유흥, 돈에 대한 숭배, 무절제한 성행위 등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또다시 발견하게 되는 건, 더 강렬한 탐닉뿐입니다. 정말 많은 이들이 오늘날 슬픔 중에 있습니다. 희망 없는 슬픔 속에 말이죠."
(.....)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희망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그 하나는 심리적인 희망이고, 다른 하나는 영성적인 희망이다. 이에 대해 교황은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은 환상도 속임수도 아닙니다. 신학적인 덕목의 하나이고 그래서 결정적으로 하느님의 선물이기에 오로지 인간적인 긍정주의로 축소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인간적인 긍정주의'가 바로 심리적인 희망을 가리키고 '신학적인 덕목'으로서의 희망이 영성적인 희망에 해당한다. 이 구별에 대한 교황의 설명을 마저 들어보자.
"긍정주의는 심리의 문제, 삶을 대하는 태도데 더 가깝습니다. 컵에 물이 반이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물이 반밖에 없다고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죠. 반면, 희망의 근저에는 어떤 수동성이 있습니다. 희망을 주는 분은 하느님이기 때문입니다. 희망의 미덕은 우리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시는 것입니다."
이로써 희망에 관해 말할 수 있는 핵심을 언급한 셈이다.
심리적인 희망은 하느님 없이도 세상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희망이다. 인간의 순수한 긍정주의만으로도 이런 희망은 가능하다. 모든 것을 긍정함으로써 가지는 이 희망은 사기를 북돋운다. 결국 결과도 좋고, 뒤집기 반전도 일어난다. 이렇게 심리적인 희망만 가지고도 좋은 일들이 생긴다.
그런데 정말 큰 재난이 닥쳤을 떈 심리적인 희망은 사실상 한계에 직면한다. 너무 큰 재난이나 고통 앞에서는 이것만 가지고는 힘들다. 그래서 교황은 영성적인 희망을 언급하는 것이다. 이 희망은 우리가 '갖는 희망'이기 이전에 '오는 희망'이다. 약속에서 오는 희망이다.
약속으로서 오는 희망! 이 희망을 믿고 따르는 우리들에게 사도 바오로가 전하는 오늘 로마서 말씀은, 또 하나의 증표입니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5,5)
함꼐 기도하시겠습니다.
주님, 험하고 굴곡졌던 제 인생길에서 오직 주님께만 희망을 두었더니, 과연 주님은 저희를 부끄럽게 하지 않으셨ㅅ브니다
주님, 그러기에 지금 절대다수가 절망을 부르짖어도 저희는 환한 미소로 기죽지 않는 희망을 퍼뜨리나이다.
주님, 희망은 저희 신앙인의 고집이며, 우격다짐이여, 흔들림 없는 결과입니다. 아멘!
- 2014년 가해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신나는 복음묵상 CD 소책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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