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파파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22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김레지나 2014. 2. 6. 15:05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22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2014년 2월 11일)


믿음과 사랑: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1요한 3,16)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제22차 세계 병자의 날을 맞이하여 저는 특별히 병자들과 그들을 돕고 보살피는 모든 이들에게 인사드립니다. 올해 세계 병자의 날의 주제는 “믿음과 사랑: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1요한 3,16)”입니다. 병자 여러분, 교회는 고통 받으시는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안에 특별히 현존하고 계심을 깨닫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고통 곁에, 그리고 좀 더 정확히는 우리의 고통 안에 그리스도의 고통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와 함께 고통을 짊어지시고 그 의미를 밝혀 주십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십자가를 짊어지셨을 때, 그분께서는 고통의 외로움을 물리치시고 그 어둠을 밝혀 주셨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를 위한 하느님 사랑의 신비 앞에 서 있습니다. 이 신비는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하느님 사랑의 계획 안에서는 고통의 밤마저 부활의 빛에 굴복하기 때문에 희망이 생겨나고, 우리가 그분과 함께 그분과 하나 되어 모든 고난에 맞설 수 있게 해 주는 용기가 솟아납니다.


2.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인간이 질병과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해 주신 것이 아니라, 당신께서 질병과 고통을 몸소 짊어지심으로써 이를 변화시키시고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셨습니다. 질병과 고통은 더 이상 최종 선고가 아니기에 풍요로운 새 삶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었기에 질병과 고통은 변화되어 더 이상 부정적이지 않고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길이십니다. 그분의 성령과 함께 우리는 그분을 따를 수 있습니다. 성부께서 사랑으로 성자를 우리에게 주셨고 성자께서도 같은 사랑으로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내어 주셨듯이, 우리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다른 이들을 사랑하고 우리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선이 되고,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끝까지, 원수마저도 사랑하는 힘이 됩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진정한 믿음의 증거는 자신을 내어 주는 것이고, 우리 이웃에게 사랑을, 특히 고통 받는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또 부당한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입니다.


3. 세례성사와 견진성사에 힘입어, 우리는 고통 받는 모든 이를 위한 착한 사마리아인이신 그리스도를 닮도록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놓으신 그 사실로 우리는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1요한 3,16).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에게 우리가 따뜻한 사랑으로 가까이 다가갈 때, 우리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그들에게 하느님의 미소와 희망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다른 이들에 대한 아낌없는 헌신이 우리 행동 양식이 될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따르고 그 온기를 누리며 하느님 나라의 도래에 이바지하게 됩니다.


4. 다른 이를 존중하는 자상한 사랑과 자애를 키우기 위하여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그리스도인의 확실한 모범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어머니이시고 우리 어머니이신 마리아이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언제나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시고 당신 자녀들의 필요와 어려움에 주의를 기울이십니다.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어 태중에 아기를 잉태하신 마리아께서는 자신을 돌보지 않으시고 서둘러 갈릴래아를 떠나 유다에 있는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가 도우셨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보시고는 당신 아드님에게 간청하셨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순례의 여정인 당신 생애 내내,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라고 예언한 노인 시메온의 말을 마음속에 간직하셨습니다. 또한 불굴의 인내력으로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에 서 계셨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십자가의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모든 병자와 고통 받는 이들의 어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우리는 성모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지지해 주시고 저버리지 않으시리라고 확신하며 성모님께 효성을 다하고 온전히 신뢰하며 의지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십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의 십자가 곁에 늘 서 계시면서 부활과 충만한 생명을 향한 여정에 우리와 함께 해 주십니다.


5. 십자가 아래에 성모님과 함께 서 있던 제자, 요한 성인은 우리를 믿음과 사랑의 원천, 곧 “사랑이신”(1요한 4,8.16) 하느님의 마음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성인은 우리가 형제자매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십자가 아래에 성모님과 함께 서 있는 이들은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법을 배웁니다. 십자가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성실한 사랑의 확실성”입니다. “그 사랑은 하도 커서 우리 죄 안으로 들어와 우리 죄를 용서하고, 우리의 고통 안으로 들어와 우리에게 고통을 견뎌내는 힘을 줍니다. 그 사랑은 또한 죽음 속으로 들어가 죽음을 물리치고 우리를 구원해 줍니다. ……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우리가 그분의 사랑에 흠뻑 물들라고 초대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우리가 언제나 자비와 온유로 다른 이들을, 특히 고통 받는 이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바라보도록 가르칩니다”(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십자가의 길, 리우데자네이루, 2013.7.26.).


저는 이 제22차 세계 병자의 날을 마리아의 전구에 맡겨 드립니다. 병자 여러분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이루는 친교 안에서 자신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도록, 성모님께서 도와주시고 그들을 돌보는 모든 이들을 지지하여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모든 병자 여러분과 그들을 돌보는 보건 종사자들과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교황 강복을 보내 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13년 12월 6일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