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2년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랍니다.

김레지나 2012. 7. 3. 23:07

2012년 7월 3일

오늘은 열흘쯤 전에 우연히? 만났던 루시아자매님(가명^^)을 만났습니다.

너무나 딱한 여러 가지 사정을 듣고 7시간 대화를 나누었지요.

전에 처음 만났을 때, 3시간쯤 이야기했었고, 오늘은 7시간,~~ ^^

레지나 역사상 최장 시간의 ‘복음 위로’였습니다.

나중에는 목이 잠기고 머리가 무겁고 눈이 돌아갈 것처럼 피곤해서 앞에 있는 a님을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을 지경이었어요. 그래도 말은 술술 힘차게 나왔던 게 신기합니다.

제가 잡다하게 말을 많이 한 것 같기는 하네요. 다음에는 더 많이 들어야겠습니다.

 

 

피곤해서 정신없이 자고 일어났더니

한쪽 머리가 무거운 것 빼고는 회복이 되었습니다.

루시아님이 여러 가지 문제들 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주님께 의탁하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해야겠습니다. 성령께서 이미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위로해주고 계시니까 잘 견디어내실 겁니다.

 

오늘 나눈 많은 이야기들 중, 가장 덜 심각한 이야기 하나만 우선 정리해보겠습니다.

 

루시아님의 큰 아이는 작년에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답니다.

학교에 찾아가서 선생님께 잘 살펴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선생님이 가해자들이 그럴 아이들이 아니라면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오히려 루시아님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다고 합니다. 어찌어찌 그 순간을 넘기고 졸업을 하기는 했는데, 지금도 그 선생님이 원망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때는 가해학생들을 자기가 직접 나서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벼르기도 했구요. 자초지종을 들으니, 그 선생님이 잘못하셨더라구요. 그 속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며칠 전에 읽었던 이야기가 퍼뜩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랍니다.”하고 위로해주었습니다.

 

두 천사가 길을 가다가 어두워져서 쉬었다 가는 집을 찾았다.

천사들이 부잣집에 하루 머물기를 청하자 부잣집 주인은 거만하고 불손해서

두 천사를 객실에서 쉬지 못하게 하고 대신 좁고 차가운 지하실에 머물도록 했다.

그런데 그 곳 벽에 뚫려 있던 구멍을 나이 든 천사가 내다보고는 메꾸어주었다.

어린 천사가 이렇게 푸대접하는 부잣집을 왜 수리해 주느냐며 투덜거리자

나이 든 천사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란다.' 하였다.

다음 날, 그 두 천사는 아주 가난하지만 친절하고 착한 한 농부의 집에 묵기를 청하였다.

그들은 허름함을 미안해하며 자신들의 침대를 내어주고 자신들은 마루에서 잤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 부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부부의 생계인 암염소가 밤새 죽은 것이다.

어린 천사가 나이 든 천사에게 “어제는 고약한 부잣집 뚫린 구멍을 수리해주고 불쌍한 이 집 염소는 죽게 놔두었나요?“ 따지자

나이 든 천사 왈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란다.“ 하였다.

나이든 천사가 말했다.

“우리가 그 부잣집 지하실에 묵었을 때 그 구멍 안에 금이 숨겨져 있는 것을 봤거든.

그런데 그 주인이 하도 욕심이 많고 무례하고 자신이 받은 복을 나누려 하지 않길래

내가 그 구멍을 막아 금을 찾지 못하게 한 거야.

그리고, 착한 농부네가 우리에게 양보해 준 침대에서 자던 날,

죽음의 천사가 그 농부의 아내를 데려가려고 왔었거든.

그래서 내가 그들의 그 착한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서 아내 대신 소를 내어준 거야.“

 

 

제가 루시아님에게 말했습니다.

“루시아님.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랍니다. 담임선생님은 물론 지혜롭게 잘 대처해주셨어야 하는데, 안타깝네요. 그런데 어쩌면 담임선생님 하나 원망하는 선에서 끝나서 더 큰 화를 면했을 수도 있어요. 요즘 친구들 괴롭히는 학생들 보면 전혀 양심도 없고 무자비한 경우가 있어요. 그 애들도 00를 울려놓고 옆에서 비웃고 즐거워했다면서요? 그런데 문제 학생 뒤에 문제 부모가 있다고, 가해자 부모들이 적반하장격으로 행패를 부리는 경우가 많아요. 행여 자기 자식이 피해 입거나 기죽을까봐, 교사와 피해자부모한테 악쓰고 대들고, 애 알리바이 만들려고 같이 거짓말해주고, 협박하고, 사소한 말실수 붙잡고 시비 걸어 몰아세우고....교사인 제가 그런 꼴을 보면 화나고 억울해서 숨이 꼴깍 넘어갈 지경인데, 피해자가 그 꼴을 당하면 오죽하겠어요? 가해자 아이들이고 그 부모들이고 뉘우치기는커녕 더 분통 터지게 했을 수도 있지요. 00에게 더 해코지를 할 수도 있고. 우선은 선생님이 강단있게 잘 처리해주고, 아빠가 나서서 방패가 되어주면 좋은데, 루시아님은 두 가지가 다 불가능했잖아요. 차라리 선생님이 원망스럽게도 루시아님 청을 소홀히 한 걸로 더 험한 꼴을 면하게 되었을 수도 있어요. 물론 지난 일이니까 제가 이렇게 쉽게 위로하는 거겠지만요. 어휴, 얼마나 힘드셨어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이고, 이 세상에서의 일이 전부라면 억울해서 어떻게 살겠어요? 영원 속에서 주님께서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갚아주시겠지요.”

 

 

“그러므로 주님께서는 너희에게 자비를 베푸시려고 기다리시며

너희를 가엾이 여기시려고 일어서신다.

주님은 공정의 하느님이시다.

행복하여라. 그분을 기다리는 이들 모두!“(이사 3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