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고백/투병일기-2012년

침묵과 혼자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김레지나 2012. 6. 29. 19:13

2012년 6월 22일

 

어제는 종일 시름시름 아파서 잠만 잤습니다.

어느 인터넷 카페를 들여다볼까 했었는데,

그 생각만 해도 마음이 산란해지고 수많은 말들이 머리를 어지럽혀서

실제로 몸까지 멀미가 난듯 울렁거려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게는 피같은 시간을 들여서 피같은 체험들을 나누었던 고맙고 정들었던 곳인데,

그간 미련스럽게도 지나치게 많은 말들을 주고받았나 봅니다.

 

몸이 어느정도 회복이 되니

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싶고

성경통독도 해보고 싶고, 책꽂이에 꽂아만 두었던 책들도 읽고 싶고

초안만 갈겨 써놓고 돌보지 못했던 졸글들도 마무리 지어야 하고

혹시 제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을 수도 있으니, 우리 아들들에게 주고 싶은 글도 비밀방에 따로 써놓고 싶고

무엇보다 하느님과 대화하는 즐거움을 되찾고 싶습니다.

 

조용히 제 일을 찾아 하라는 제 내면의 요구를 진즉 들었어야 했는데,

이렇게 어지럼증을 앓고 나서야 용기를 내게 됩니다.

버겁기만한 마음 아픈 일들이 많았던가 봅니다.

5년쯤 전에 읽었던 아일린 조지의 책 <천국에서의 대화>에 적힌 하느님의 당부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주님께 잠시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가 좀 쉬어야할 때이라면 제가 기억하는 그 구절이 펼쳐지게 해주세요."

제가 찾은 구절은

“너는 그들에게 할 말을 끝내는 대로 곧 침묵과 혼자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저도 많이 아쉽지만

앞으로 제 블로그에 올리던 신부님들의 묵상글을 일부러 올리지는 않겠습니다.

가끔 눈에 띄는 대로 마음에 특히 드는 글들만 옮겨놓을 작정입니다.

양승국 신부님의 묵상글과 박영봉 신부님의 묵상글은 '천진암'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가면 보실 수가 있고,

굿뉴스 우리들의 묵상 방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전삼용 신부님 외 다른 신부님들의 매일 묵상글도 각각의 카페와 굿뉴스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외부 활동이나 만남, 인터넷 활동 등도 최소한으로만 할까 합니다. 

제 부족함을 돌아보고 제 내면을 가꾸는 데만도 벅차거든요.^^

 

이렇게 결심하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집니다.

진작 내려놓을 걸~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그 덕에 앞으로 졸글 쓸 시간도 많아지겠네요.

주님께만 가까이, 주님 얼굴만 바라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랍니다.

블방에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박수쳐주실 거지요?

 

당장 내일은 20분 등산하고, 음,, 뭘할까요?

루카 오는 날이니까 맛있는 거 만들어주고,

일주일쯤 후에는 창세기부터 읽어볼까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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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들에게 할 말을 끝내는 대로 곧 침묵과 혼자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아가야, 많은 사람들이 너를 찾겠지만 너는 그들을 네가 돌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너는 그들을 떠나 하느님과 함께 머물러야 한다. 그래야 네가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아가야. 사람들로 인하여 네 마음이 흐트러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들을 위해서 기도는 하되 그들과 거리를 두어라. 그렇지 않으면 악의 세력이 그 사람들을 이용해서 네 평화를 깨뜨릴 것이다.”

 

“제게 가장 아픔을 주는 은사가 이것(지식의 은사)이에요. 때때로 제가 사람들은 판단한다고 여겨져요. 사람들이 제게 이렇고 이렇다고 얘기를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말이에요. 이것이 판단하는 것 아니어요?...... 저는 가끔 판단하는 것과 지식의 은사가 어떻게 다른지가 모호해져요. 제게는 그 사람들의 마음이 보여요,”

 

“아버지, 저는 사람들이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은 싫어요, 때때로 사람들이 저를 묘한 표정으로 쳐다보거든요..... 사람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을 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아요. 저는 그저 저일 뿐이고 아버지께서 하느님이신데 말이에요,“

 

“아버지께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민감해지고 그래서 아픔도 그만큼 더 커질 것이라고요. 그래서 제 마음이 아플 때는 제가 아버지께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겠어요....”

 

“내가 열 개의 메시지를 주면 너는 그 열 개를 모두 전해야 하고, 다른 이들이 무엇이라고 하든 상관 말아야 한다. 너는 내가 바라는 것을 말하고는 곧 네 안으로 침잠해 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충고를 원한다 해서 더 남아 서성거리지 않도록 해라.”

 

“내가 네게 바라는 말을 하고는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라. 그 대신 사람들을 사랑으로 돌봐 주어라. 그들을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하되 머물러 그들과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도록 해라.”

 

“네가 얼마나 신경이 곤두서고 속이 상했었는지 기억하지? 네 집안일에 대해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않니? 나는 네가 친절하고 관대하기를 바라지만 스케줄대로 할 수가 없어서 속상해 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사람들이 오는 이유가 지식의 말씀을 듣는 것과 성체 안에 있는 예수님께서 주시는 치유가 아니냐?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네가 신경 쓸 것 없이 내가 네게 일러 주는 대로만 말하여라. 그들이 받아들이든 말든,무 강하든 너무 약하든너는 그냥 내가 말한 대로만 하면 된다. 그리고는 잊어버리고 염려하지 말아라. 네 책임은 그저 내 메시지를 전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