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반영억 신부님

사랑은 능력입니다.

김레지나 2012. 6. 16. 19:33

연중 제9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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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 마르코 12,28ㄱㄷ-34




 
       
       사랑은 능력입니다

 

식물인간이 되어 혼수상태로 있던 사람이 열흘 만에, 어떤 사람은 2년 만에, 어떤 사람은 무려 4년 만에 의식을 회복한 사람이 있습니다. 의사가 회복불능이라고 진단을 내렸던 23세의 이탈리아청년이 의식을 회복하였는데 애인이 “그에게 말을 걸었을 때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발견해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회복한 사람들의 주변을 보면 하나같이 누군가가 지극한 정성으로 그를 돌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의식은 없지만 살아있는 사람으로 인정하고 사랑을 쏟았던 사람들은 결국 그 사랑의 헌신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무한한 능력입니다.

 

어제는 현충일덕분에 많은 이들이 매괴성모성당에 오셨습니다. 오시는 분들의 모습이 다양합니다. 하루를 온전히 머물며 기도를 하고 가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을 구어 먹듯이 점찍고 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막걸리도 준비하고 유원지에 구경을 온 사람처럼 스쳐지나가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고도 주님을 만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주님께서는 참으로 자비로우십니다.

 

순례객이 다 떠날 때까지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니 하루가 훌쩍 갔습니다. 바쁘게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할 수 있으니 더없이 큰 기쁨입니다. 주님께서 어머니의 전구를 들으시고 순례오신 한분 한분의 마음을 헤아려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당신의 사랑과 은총으로 감싸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주님 안에 머문 그자체가 행복으로 느껴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식사할 겨를조차 없이 바쁘셨는데 나는 아직 주님의 일을 하느라 식사를 거른 적은 없지 않은가? 매일같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 신자들의 필요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을 계획한다면 위선이 아닌가? 주님의 일이 아니라면 바쁘다는 소리를 하지 말자!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진정한 사랑은 결코 한가로울 수 없는 것, 한가로운 사랑은 벌써 잘못되었다는 표시인 것입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주님의 일을 하는데 게으름을 피우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12,30.31) 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은 외적으로 강제되는 의무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하느님 사랑에 대한 감사의 응답으로 하느님을 자발적으로 섬기는 것입니다. 사랑은 하느님과 인간관계의 기반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마음과 목숨, 힘을 다한 존재 전체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구체적인 이웃 사랑을 통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나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똑바로 인식하고 바르게 사랑해야 합니다. 내 자신에게 너그럽고 시간을 내고 관심을 쏟고 변명을 하고 행복한 생활을 바라는 것같이 이웃에게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1요한3,18)하는 그런 사랑을 해야 합니다.

 

머리로 아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 아직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그 앎이 온몸에 배어서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하느님나라에 온전히 들어가게 됩니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입니다. 그리고 가슴을 거쳐 손발에서 완성됩니다. 그러므로 온 몸으로 사랑하십시오. 그리하면 더 큰 사랑의 능력을 만나게 되고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는 오늘입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