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3일 엉터리 레지나의 일기
오늘은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를 하면서 문득 성모님의 고통을 하나 더 묵상하게 되었다.
흔히들 성모님의 일곱가지 고통을 일컬어 성모님의 칠고라고 한다.
제1고 : 마리아께서 성전에서 시므온 예언자의 예언을 들으심. (루까2.34-35)
제2고 : 마리아께서 아기 예수님과 함께 에집트로 피난가심 (마태 2.13-15 )
제3고 : 마리아께서 소년 에수님을 잃으심. ( 루까.41-51)
제4고 : 마리아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과 만나심. (루까.23.27-31)
제5고 : 마리아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에수님과 함께 고통당하심. (요한 19.25-30)
제6고 : 마리아께서 예수님의 성시를 품에 안으심. (마르15.42-47)
제7고 : 마리아께서 돌아가신 에수님이 돌무덤에 묻히실 때 고통 당하심. (루까3 50-56)
여기에 더하여 한 가지의 고통이 더 떠올랐다. 처음 묵상하게 된 고통이다.
분명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셨을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시기와 질투와 무시와 오해가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엄청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특히 은총이 넘치는 곳에는 더더욱, 인간이 누구나 갖고 있는 바람직하지 못한 본성(교만, 질투와 시기,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 무질서한 애착, 완고함, 자존심 등등)이 교묘하게 작용해서 개인이나 공동체의 거룩한 성장이 방해받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니까.
환희의 신비 1단을 하면서 여러 가지 묵상이 머리를 채우고, 가슴을 아리게 했다.
'예루살렘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예수님을 무시했던 잘 나가는 사람은 예수님을 인정하지 않았듯이 성모님을 먼저 우습게 여겼을 거야.'
'성모님은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요셉 성인께서 울타리가 되어주시지 않았더라면 수만 배는 더 힘드셨을 테지... '
'영적인 체험을 한다는 건 정말 외로운 일이고, 그러한 체험을 전하는 소명을 받은 사람들은 엄청난 비난과 조롱을 받게 마련인데, 작은 체험도 아니고 아예 하느님을 품으셨으니 어느 누구한테 이해해달라 털어놓을 수 있으셨겠어? 영적인 위로자, 동반자를 찾아서 성모님께서는 엘리사벳을 찾아가셨다고 하질 않은가.'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키우시면서도 예수님의 비범함이나 지극한 기쁨을 친척들에게 자랑조차 하실 수 없었을 것 같다.'
'얼마나 겸손해야 당신의 그 큰 영광을 드러내지 않고 한 평생을 사실 수 있을까? '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겸손이 아니라면, 예수님의 어머니로서 우리의 모범이 되실 수 없으셨겠지.'
'친척들이 예수님을 미친 거라 생각하고 비난할 때에도 성모님께서는 변명 한 마디 안 하셨을 것 같다.
그저 늘 그러셨듯이 그 모든 것을 당신 가슴에 새기고 하느님의 뜻을 여쭈며 곰곰이 되새겨 보셨을 거야.'
'그런데 성모님이 당하셨을 억울한 비난과 무시는 아직도 성모님의 존재를 무시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계속되고 있다. 성경 공부 엄청 했다면서도 성모님의 마니피캇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성모님이 어디 성경에 많이 나오느냐고~ 한갖 피조물일 뿐인데, 그런 여인네에게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것이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 어쩌면 그 당시 사람들의 시기와 같은 맥락 때문인 것도 같다. '너도 인간, 나도 인간, 니가 뭔데?'하는 심사가 아닐까?'
그런 묵상을 하면서 교회로부터 상처 받아 쉬고 있는 교우들을 위해서 20단을 바쳤다.
이어서 큰 아들의 성소를 위해 하고 있던 9일 기도를 했다.
'아, 사제의 삶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 것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요구를 해대고 판단하기 위한 잣대를 들이댈 것인가. 얼마나 큰 지혜와 겸손이 있어야 그로 인해 생기는 불협화음과 박해를 견디어낼 수 있을 것인가.'
마음이 많이 아팠다.
사제들을 위해서 간절한 맘으로 기도했다.
마지막 영광송을 마치고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 성모상을 바라보니 존경과 감사의 정이 뜨겁게 솟구쳤다.
발에 입맞추고 위로해드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요즘 내 사는 꼴이 여간 말이 아닌지라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참았다. 대신 몇 번이고 엄마를 불렀다. "엄마아~! 엄마아~! 엄마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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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어떤 분과 온라인으로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심에는 보험 설계사인 베로니카 언니가 오셨다.
십 몇년 전에 서울 살 때, 우리 집에 찾아와서 알게 된 분인데, 그분 권유로 어려운 형편에서도 작은 보험을 하나 들었었다. 물론 그 혜택을 지금도 받고 있고..
살림이 어려울 때, 아플 때, 보험 하나 더 들어드릴 조건도 여력도 안되는데도,, 그 인연으로 얼마나 신경을 써주셨는지 ... 정말 고마운 분이시다.
6년 전에 수술 받게 되었을 때, 기도해주시고, 루르드의 성수랑 작은 선물도 보내주시고, 옥수수도 보내주시고, 이런 저런 선물을 보내주시곤 했다.
이번에 베로니카 언니에게 작은 도움이 될만한 일을 했었는데, 오늘 그보다 더 큰 선물을 놓고 가셨다.
마침 어제 율리아 언니에게 받은 밑반찬들도 있고 해서 점심 같이 먹자고 했는데,
된장국을 끓이려고 냉장고를 뒤졌더니, 호박 한 개도 없는 거다.ㅎㅎ 그래서 두부만 넣고 끓였다.
맛이야 당연 별로 없었당..ㅠㅠ.. 엉터리 레지나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ㅋㅋ
다음에는 더 맛있는 식사 대접해야겠다.
밑반찬들을 담아 한 컷,,, 그릇이 서너가지,,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이네요.
아주 작은 그릇들 오데서 땡처리하믄 한 벌 사야겄시유..^^
율리아나 언니 덕분에 엉터리 살림꾼 레지나가 식사대접도 해보았네요.
언냐~~ 고마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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