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조명연 신부님

☆★ 어째서 10년이나 미루다가 이제야 오셨습니까

김레지나 2012. 5. 6. 22:52

2012년 5월 5일 부활 제4주간 토요일



"Have I been with you for so long a time
and you still do not know me, Philip?
Whoever has seen me has seen the Father.
(Jn.14,9)



제1독서 사도행전 13,44-52
복음 요한 14,7-14

어떤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 십 년을 하루같이 기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도해도 주님의 대답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계속해서 기도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기도 중에 문득 부자가 된다는 것이 별 것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요.

‘내가 재벌이 되면 무엇하는가? 밥도 하루 세 끼만 먹으면 되지, 재벌이 되어 하루에 다섯 여섯 끼 먹으려는 것인가? 비바람을 피하고 따뜻한 집만 있으면 되지 굳이 재벌이 되어 황금 같은 궁전에서 살 필요가 또 무엇인가? 공연히 내가 내 분수도 모르고 괜한 기도를 했구나.’

그런데 갑자기 천사가 나타나서 십 년 동안 간절히 기도했으니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이 사람은 부의 허무함을 깨닫고 이제는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며, 더 이상 부자가 되겠다는 소원은 필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묻습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어째서 10년이나 미루다가 이제야 오셨습니까?”

그러자 천사는 이렇게 답하는 것입니다.

그대가 그토록 간절한 마음으로 10년을 한결같이 정성을 다해 기도했기에 소원을 얼른 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대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그것을 오늘까지 미루어 온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물질의 풍요를 위해 기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그러한 물질의 풍요를 내게 주시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때로는 더 큰 고통과 시련을 우리에게 주시는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할 것은 내가 진정으로 기도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점입니다. 물질의 풍요, 세속적인 욕심을 채우는 것들을 얻고자 한다면 순간의 기쁨만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을 굳게 믿고 주님의 뜻에 맞게 살아간다면 순간의 기쁨이 아닌 영원한 기쁨과 행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라고 강조하며 말씀하시지요.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주님을 믿는 사람만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되어, 주님의 특별한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영원한 생명이라는 가장 큰 선물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성경에서 우리는 자주 볼 수가 있지요. 특히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말씀하신 뒤에 병을 고쳐주십니다. 믿음이 있은 뒤에 그 사람이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

 

나의 서재에는 수천수만 권의 책이 있다. 그러나 내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은 나의 어머니다(이어령).


제가 처음 본당신부를 할 때 고3이었던 청년들. 이제 사회인이 되어 인사하러 왔네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세상
 

주님께 대한 믿음은 우리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갖게 해줍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주님보다는 세상 것들에 집중하다보니 불안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땅바닥에 폭이 한 30센티미터쯤 되고 길이가 10미터쯤 되는 널빤지가 놓여 있습니다. 이 널빤지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건너가는 것이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쉽게 건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조건을 바꿔서 위의 널빤지가 높은 빌딩 옥상에서 다른 빌딩의 옥상에 걸쳐져 있다고 가정해보십시오. 이 널빤지를 건널 수 있을까요? 아마 시도조차 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 땅바닥에 있는 널빤지에서는 걸을 수 있는데 공중에 떠 있는 널빤지에서는 걸을 수 없을까요? 널빤지의 폭에 변화가 없는데 말이지요. 그 이유는 땅바닥에 놓여 있을 때에는 쉽게 갈 수 있다고 상상하고, 공중에 떠 있는 널빤지를 건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상상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높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이 높은 곳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할 수 있다는 생각,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즉, 할 수 없다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떤가요?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자신 있게 이 세상을 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