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이수철 신부님

견디라

김레지나 2011. 12. 31. 22:26

2011.12.26 월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사도6,8-10;7,54-59 마태10,17-22

 

 

 

 





끝까지 견디십시오.

 

 

 

 



끝까지 견딜 때 구원입니다.

여기 제대 위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밀랍으로 만든

두 개의 아름다운 제대초는 바로 왜관 남 골룸바의 작품입니다.


불구의 남편 송 베드로를 도와 꿀을 따며

끝까지 참고 견디며 순교적 삶을 살아온 살아있는 성녀와 같은 자매입니다.


오늘은 순교 영성에 대해 나눕니다.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주님의 오늘 복음 말씀이 순교 영성의 핵심을 말해 줍니다.

 

어제의 주님 성탄에 이어

오늘은 성 스테파노의 천상 탄일, 순교 축일입니다.


아침기도 때 즈카르야의 노래 후렴도 아름다웠습니다.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에게

천국 문이 열리고 그는 승리의 월계관을 받았도다.”

 


스테파노란 뜻이 월계관인데 이름 그대로 순교에 이르기 까지

온갖 시련을 끝까지 견뎌내 주님께 승리의 월계관을 받은 성 스테파노입니다.


며칠 전 어느 부부와의 면담 시 자매님의 말도 생각납니다.

 

“부부생활이 어려워

예전 주례 신부님을 찾아 자초지종 말씀을 다 드렸습니다.

결론은 ‘견디라’는 말씀 하나였습니다.

‘견디라’는 말씀이 새삼 위로와 힘이 됐고

지금도 기다리고 견디며 살고 있습니다.”

 


정주의 영성 역시 끝까지 견디는 것입니다.


공동체 ‘형제들의 약점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뎌야 하며(RB72,5)’,

‘주의 가르침에서 결코 떠나지 말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주님의 교훈을 항구히 지킴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에 인내로써 한몫 끼어 살아야 하는(RB머리50)’

순교적 삶이 정주의 영성입니다.


거창한 순교가 아니라 일상의 온갖 어려움을 끝까지 참고 견뎌야 하는

참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순교 영성입니다.

 


소극적이고 마지못한 견딤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견딤입니다.

성령 충만해야 자발적, 능동적으로 끝까지 견뎌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스테파노가 그 모범입니다.

성령이 충만한 스테파노는 큰 이적과 표징들을 일으키고

적대자들과의 논쟁에서 승리하고

또 열린 하늘 문으로 하느님과 그 아드님을 봅니다.


또 순교 직전 박해자들을 위해 기도도 바칩니다.

 

“주, 예수님 저의 영을 받아 주십시오.”

 


이 모두가 성령의 열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박해의 시련 중에도

말하는 분은 내가 아니라 아버지의 영이니

무엇을, 어떻게 말할까 걱정하지 말라 하시며

성령 충만한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십니다.

 


성령 충만할 때 끝까지 견뎌 구원을 받습니다.

막무가내로 견디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수용(受容)과 주님께 맡기는 의탁(依託) 중에

끝까지 견디는 일이 가능합니다.


수용과 의탁의 믿음 중에 저절로 해소되는 스트레스요

이래야 심신의 스트레스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말씀 묵상 있어 성령 충만한 삶입니다.

매일 우리가 끊임없이 바치는 공동전례기도의 은총이

성령 충만한 삶으로 이끌고 끝까지 견뎌 구원 받게 합니다.


며칠 전 어느 자매의 고백에 감동했습니다.

 

“18년 동안 매 주 금요일 마다

동성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철야 성령기도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지난 밤 기도하고 수도원에 온 것입니다.

정말 제가 끝까지 참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이 기도의 은총이었습니다.

이 기도 덕분에 긴 어둠의 터널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끊임없는 기도가 성령 충만한 삶,

끝까지 견뎌댈 수 있는 원천임을 깨닫습니다.


전주 교구 이 병호 주교님의 인터뷰 내용도 감동적이라 그대로 인용합니다.

 

“새벽 4시 20분에 자명종이 울리면 일어나 세수를 하고 성당에 가면

6시 미사까지 한 시간의 여유가 있다.

그 시간 동안에 그날 미사의 성서 대목을 외운다.

기도를 따로 하지 않아도 성서말씀 외우는 일 자체가 훌륭한 기도다.

…미사 후에는 아직 못다 외운 성서 대목이 적힌 종이를 가지고

교구청 바로 옆 산길을 걸으며 계속 외우고 묵상을 한다.

그럴 때

‘성서 말씀을 깊이 묵상하면

하느님께서 낙원을 펼쳐 놓고 함께 걸어주신다.’하신

암브로시오 성인의 말씀이 정말 실감난다.

그것은 거의 신비체험이다.

아침 첫 시간을 이렇게 시작하면 삶이 거의 낙원생활로 변한다.”

 


끊임없는 기도와 더불어 이렇게 주교님처럼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聖讀)’를 생활화 하여

말씀의 은총에 푹 젖어 살아야 성령 충만한 삶입니다.

 


자발적으로 기쁘게 끝까지 참고 견디며

정주의 순교적 삶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성령으로 충만케 하시어

자발적 기쁨으로 끝까지 견디며 살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