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엽 신부의 ‘신나는’ 복음묵상 가해 연중 제 17주일 소책자 p.46 중에서
1) 정말로 정말로 중요한 것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1열왕 3,9)
여기서 ‘듣는 마음’이 바로 그 유명한 ‘지혜’를 가리킵니다. 원어로 ‘레브 스메아’라고 되어 있습니다. 레브(leb)는 ‘마음’이고, 스메아는 ‘듣는다’는 의미의 샤마(shama)에서 온 말입니다. 직역하면 ‘듣는 마음’인 이 표현을 공동번역 성경에서는 ‘지혜’로 옮겼습니다.
이어지는 하느님의 말씀이 중요합니다.
“너는 나에게 부나 명예나 권력이나 장수를 달라고 하지 않고 지혜를 청하는구나. 나는 너에게 지혜만 주지 않고 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주겠노라.”(1열왕 3,11-14 참조)
이 말은 따로 준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원리가 있습니다.
“너 말이야, 너 제대로 거 얘기했다. 지혜 하나 잡으면 다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야. 지혜 속에 다 들어가 있어.”
지혜에는 다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이 지혜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 누릴까요.
월간 <참 소중한 당신>2011년 5월 호에 실린 자유기고가 김다미님의 사연입니다.
제게는 조카가 한 명 있습니다. (중략) 제 조카 믿음(피델리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입니다. 늘 우는, 밝고 씩씩하고 명랑하고 긍정적인 아이지요. 자주 찌푸리는 저를 볼 때마다 “곰, 스마일”하는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중략)
우리 가족은 가톨릭 집안이고, 믿음이 외갓집은 개신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신실한 크리스천입니다. (중략) 그런데 결혼 몇 년 후 오빠 내외는 그야말로 날라리 신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믿음이는 외갓집 식구들과 교회도 가고, 저희 집에 와서는 제게 교리를 듣고 성당을 다니며 신앙생활(?)을 계속 했습니다. (중략)
어젯밤 갑자기 믿음이가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곰, 주원이랑 학교 끝나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어느 아줌마, 아저씨가 와서 하느님 믿으라고 하는 거야.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그래서 내가 성당 얘기랑 내 세례명 얘기랑 연옥 얘기를 했어. 그랬더니 성경에 연옥이 안 나온다고, 성경을 믿어야지 다른 것을 믿으면 지옥 간다는 거야. 정말 연옥이 성경에 안 나와? 성당 다니면 성경을 안 믿어서 지옥 가는 거야? 그런데 곰이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했잖아. 우리가 잘못해도 용서하신다고 했잖아. 우리가 태어나서 어떻게 잘못을 안 해? 누구나 몇 가지 실수는 하잖아. 그래서 곰이 연옥에 가서 잘못을 뉘우치면 천국에 간다고 했잖아. 또 주원이처럼 하느님을 잘 몰라도 착하게 살면, 연옥에 있다가 우리 기도로 천국에 간다고 했잖아.”
저는 그 말을 듣고 조카가 정말 대견스러웠습니다. 남들에게 성당에 다닌다고 말하는 것도 예뻤지만 무엇보다 연옥 교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게 참으로 기특했습니다. 하느님이 자비하시 분이며 죄인인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도요.
“우리 믿음이 말이 맞아. 성경 마카베오기에 죽은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기도하면 그들이 천국 갈 수 있다고 했어. (중략)
“곰, 그럼 왜 그 아줌마 아저씨는 그렇게 무섭게 말했어? 나랑 주원이한테 지옥 간다고. 그리고 성당은 성경에 안 나오는 걸 믿는다고.”
“믿음아, 개중에는 하느님을 잘못 믿는 사람이 있어. 성경도 자기들 생각대로 해석하고, 자기들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왜 전에 텔레비전에서 봤잖아. 부인이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수혈하면 안 된다고 남편이 우기고, 또 아기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 하느님께 기도하면 낫는다고 부모가 병원에 안 보내는 얘기 말이야.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 것도 감사해야 하지만, 제대로 하느님을 믿게 해주신 것도 감사해야 해.”
“곰, 알았어. 이제 궁금한 거 다 풀렸어. 나 정말 연옥이랑 천국이 어떤 곳인지 가보고 싶지만, 아직 죽긴 아까우니까 오래오래 잘 살다가 천국 갈래. 그런데 연옥 가야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 테니 연옥 가야 할까? 곰 다음에 보자. 안녕.”
조카와 긴 전화를 끊고 저 하느님께 두 가지 감사를 드렸습니다.
우리 기도대로 믿음이가 하느님 안에서 밝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주시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보편되고 하나이며 정통성을 가진 거룩한 가톨릭 신앙을 갖게 해 주신 것에 대해서. <참 소중한 당신>. 2011년 5월호 참조)
이 글 속 주인공 ‘믿음’이에게는 하느님께서 솔로몬에게 내리신 지혜가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믿음’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연옥’에 관한 이 글 속의 설명들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것임을 감안하고 들을 필요는 있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리지만 진리를 믿음으로써 지혜를 받은 이 꼬마숙녀처럼, 우리 역시 진리를 붙듦으로써 세상에 참 지혜를 퍼뜨리는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기도하시겠습니다.
주님, 저희에게 저희가 믿고 있는 신앙진리를 올바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지혜를 내내려 주소서.
주님, 저희가 매주 듣고 있는 이 신나는 복음 묵상을 통해 저희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지혜를 풍성하게 내려 주소서.
주님, 주님 말씀이야말로 참 지혜요 절대 지혜임을, 말씀이야말로 정말로 정말로 중요한 것임을 저희 자녀들이 깨닫게 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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