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말씀 (가나다순)/송영진 신부님

☆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 송영진 신부님

김레지나 2011. 5. 1. 10:51

<부활 제2주일>(2011. 5. 1)(요한 20,19-31)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여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고 말했을 때

사도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토마스 사도가 다른 사도들의 말을 믿지 않은 것 때문에

토마스 사도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도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그들에게 당신의 상처 자국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래서 토마스가 예수님의 상처 자국을 보아야겠다고 말한 것을 탓할 것은 없습니다.

다른 사도들이 보았던 것을 자기도 보아야겠다고 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토마스에게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라고 하신 것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바로 그분일까,

라는 의심을 버리고 같은 분이라는 것을 믿으라는 뜻입니다.

토마스는 눈앞에 나타나신 그분이 예수님이라는 것은 믿었지만,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분이

그 몸 그대로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은 믿지 못했던 것입니다.

(다른 사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라는 예수님 말씀은

일차적으로는 토마스 사도를 향해서 하신 말씀이지만

사실은 다른 사도들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다른 사도들도 처음에는 보면서도 못 믿었기 때문입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라는 말씀은

사도들뿐만 아니라 모든 신앙인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것은 ‘증언’만 듣고 믿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우리들은 사도들의 증언만 듣고 믿어야 할 처지에 있기 때문에

바로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날 수 있었던 사도들이

더 행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잠깐 의심을 했더라도 금방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그 의심을 풀어 주시고

당신 자신에 대해서 증명을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사도들이 전혀 의심 없이 믿었다면 예수님께서 직접 나타나셔서

상처 자국을 보여 주실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라는 말씀은

사도들의 증언만 듣고서 믿고 있는 우리들이

사도들보다 더 행복한(복을 받은) 사람이라는 뜻도 됩니다.

 

하여간에 토마스는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고백한 첫 번째 제자입니다.

그를 의심 많은 사도라고 깎아내리는 것은 너무 지나친 편견이고,

오히려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자마자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첫 번째로 신앙 고백한 사도로 높이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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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 생각이라는 것은 사실은 ‘의심’입니다.

그 의심이 과학을 발전시키고 오늘날과 같은 물질문명의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신앙인이라면,

‘나는 믿는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라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신앙인이란 ‘믿는 사람’입니다.

믿는다는 것은 무슨 증거가 없어도, 이해가 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어도 믿는 것입니다.

 

뚜렷한 증거가 있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일이라면 믿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사실 신앙이란 인간 세계를 초월한 어떤 것에 대한 믿음입니다.

인간의 학문과 인간의 지성과 인간의 이해력과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것에 대한 믿음이 신앙입니다.

 

인간의 눈에 보이는 세상만이 전부가 아니고,

인간이 알고 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어떻든 믿어지지 않아서 믿지 못하는 것을 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믿지 못하는 사람은 믿는 사람이 받게 될 복을 받을 수 없습니다.

 

믿는 사람이 받게 될 복이란 곧 영원한 생명입니다.

죽으면 모든 것이 다 끝난다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죽으면서 다 끝나버리겠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믿고, 부활에 대한 믿음과 희망 속에서 사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을 받게 될 것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