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성령님이 도와 주시지 않으셨어요.
보통 때와 다름 없는 기분으로 깼어요.
어제 밤에 엄마한테 잔소리 엄청 들었어요.
대체의학을 알아봐서 앞으로는 그 치료를 병행해야된다고 하셨고
제가 몸에 좋은 것은 사 줘도 안 먹고
산에도 안 다니고
해로운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고요.
제 손이 퉁퉁 부은데다가 새까매져 있고
손마디가 부풀어있었거든요.
저 좀 내버려 두시라고 했는데도
컴퓨터 옆에서 지키고 앉아서 잔소리를 하셔서
컴퓨터 끄고 자려고 방에 들어갔지요.
방까지 따라 들어오셔서 계속 걱정하셨어요.
불편한 마음으로 잠들었어요.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글 좀 썼어요.
수술 받기 전 이야기 썼어요.
00님,
정말 오랜 옛날 이야기 같아요.
제가 세상 속에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지내던 때가 너무 그리웠어요.
만족스럽게 감사하며 잘 살았었는데.....
글 쓰다가 그리워서 울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행복할 때가 많지만
정상적인 생활은 아니잖아요.
세상이 제 지금 상태를 이해 못하리라고 생각하니
외롭기도 하구요.
제 병을 알게 된 후로 벌써 다섯달이 지났네요.
참 오래되었어요.
앞으로도 많이 버텨야하고,,,,
내년에나 손발 감각이 다 돌아온대요.
게다가 항암 치료 끝나고 뼈사진 찍어서 변화가 있으면
말기였나보다고 하면서 치료 더 하자고 하면 어쩌나 싶어요.
옛날이 많이 그리워요.
00님도 (생략)
힘들지라도 그게 나을 것 같아요.
그리움이 병이 될 수도 있겠어요.
저를 보면요.
제 그런 마음 때문인지 잠에서 깰 때도 좀 슬펐어요.
성령님이 안 도와주신 게 아니라
제 마음이 제 맘대로라서겠지요.
제 감정이야 늘 제멋대로 튀지만
00님 답장 읽으면 꼭 웃게 되네요.
좋아서요. 덕분에 오늘도 웃고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병원에다녀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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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토요일
아침부터 지난 생활이 그리워서 슬펐어요.
병원에 가기 전에 강마리아씨에게 해 줄 말을 차근 차근 미리 준비했어요.
근데 오늘은 상태가 너무 안 좋았어요. 아무 말도 못 해드리고 다리만 주물러 드렸어요.
몇인 전부터 아예 대소변을 못 가리시는데 오늘은 자꾸 헛소리를 하셨어요.
병실 벽에 검은 나방이랑 벌레가 붙어 있대요.
떼어내 버리라고 수건을 드렸지요.
자꾸 손짓을 하시더니 계속 붙어있다고 하셨어요.
기도가 큰 소용이 없더군요.
제가 무슨 일을 하겠다고 광주로 왔는지 모르겠어요.
애들도 보고 싶고 강마리아씨는 이렇다할 변화도 없고
제가 무엇을 하겠다고 광주에 다시 입원했을까요?
강마리아씨 힘든 모습만 보게 되었잖아요.
요즘에는 하느님께 강마리아씨를 빨리 데려가시라고 기도해요.
집에 돌아왔더니
(생략).
저야 언제나 시간이 있지만 00님은 그러시지 않으실 텐데
제가 그동안 너무 귀찮게 해 드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 자제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까 너무 슬퍼지는 거예요.
(생략).... 제 감정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괴로웠어요.
제가 너무 시간이 많은 탓이지요.
저처럼 세상과 동떨어져 지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어요.
지금 제 생활이 과연 정상일까요? 분명히 정상이 아니지요.
지금 제 감정이 정상일까요? 그것도 아니구요. 참 큰 일이예요.
발에 무좀이 엄청 많이 생겼어요.
몸 여기 저기에 발진도 있고, 손발도 저리고, 서럽더라구요.
저는 온 시간과 마음을 다 바쳐서 예수님을 사랑하는데
예수님은 가끔만 저를 지켜보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하느님만 믿고서 제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도 후회했어요.
모든 게 다 그래요. 제가 메일을 보내주는 이들도 그래요.
저는 엄청 사랑하는데 상대방은 그렇지 못한 거죠.
짝사랑의 열병을 앓는 것처럼 아주 많이 슬프고 외로웠어요.
오늘은 기도 중에도 울고, 종일 울었어요.
예수님한테 기도했지요.
“예수님,,, 저만 예수님을 짝사랑하는 것 같아요.
예수님 그래서 저 아주 많이 슬퍼요.
한번만 저를 사랑한다고 말씀해 주세요.
한번 더 말씀해 주시면 다시 힘이 날 것 같아요.“
(제가 왜 그러지요?)
오늘은 너무 외롭고 힘들어요. 자신도 없구요. 참 이상한 일이예요.
글 쓰는 것도 아주 외로워요. 언제나 자신도 없구요. 제 재주가 너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것을 제치고, 애들까지 제대로 돌보지 않고 열심히 쓰고 있는데
과연 제가 잘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세상 일을 잊고서 주님만 사랑하고 사는 일이 오늘은 너무 외롭게만 느껴졌어요.
제가 지금 대화하고 있는 모든 이들, 주님, 00님 등을 저만 진하게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이 많이 그리웠어요. 저는 하느님을 특별히 사랑하니까 하느님도 저를 특별히 사랑하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좀 삐지고 자신 없고 외로웠어요.
제가 시간이 너무 많아서 그렇지요. 그렇다고 예전 생활로 돌아갈 시간과 건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략) 아무래도 제가 요즘 하는 일들이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 혼자 별 일도 아닌 일을 크게 생각했을까요?
그건 아닌데,,,, 유미도 엄청 중요하다고 했는데... 둘 다 정상이 아닐까요?
자신 없고, 외로워요.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것도 아닌 일을 저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00에 갔어요.
000 많이 얘기했어요. 0000 동생이요. 그 자매님은 전에 성령봉사자가 와서 남편 미워하지 말라고 충고해주었대요.
아주 많이 얘기했어요.
그분은 남편이 너무 밉대요. 날마다 싸우는데 남편과 싸우고 나면 애들한테 마구 퍼붓는대요.
큰 딸이 공부 안한다고 할 소리 못할 소리 다 하면서 상처를 준대요. 자기가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렇대요. 큰 딸을 미워하고, 딸도 엄마 아빠를 미워한대요. 참 마음이 아팠어요. 그분이 그래요. 기도할 때 맨날 자기 소원만 얘기하고, 편안하면 하느님 찾지도 않고, 하느님한테 받으려고만 했다구요. 또 남편과 애들과 잘 지내지도 못하면서 하느님 믿는다고 할 수도 없다고 깨달았대요. 그래서 그렇게 깨달았으면 그 때 치유를 받은 셈이라고 말해주었어요. 앞으로는 의지를 갖고 고치라고 했지요. 기도 백번 하는 것 보다는 화날 때 한 번 꾹 참는 게 낫다고 했어요. 가족끼리 주고 받는 상처보다 더 큰 상처는 없다고, 잔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만성이 안 되고 듣기 괴롭다고도 얘기해 주었어요. 제 경험이예요. 고통이 아무리 커도 무디어지지 않는 것과 같지요. 성령세미나에서 들었던 얘기랑 제가 느낀 하느님의 사랑 얘기도 해 주었어요. 항암 1차 후에 엄마 아빠 싸우시고 난 후에 들었던 생각도 얘기해 주었어요.
“ 하느님이 우리에게 ”원수를 사랑하라“라고 하셨잖아요. 사랑하라는 말은 좋아하라는 말과 다르대요. 원수를 사랑할 수는 있지만 좋아할 수는 없다네요. 사랑한다는 것은 미워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참아주고 기도해 주고 축복해 주는 거래요. 미운 원수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사랑할 수는 있대요. 또 하느님이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라고 하셨잖아요? 우리 엄마랑 아빠도 많이 싸우시거든요. 성당에 아무리 오래 다니셨어도 어쩔 수 없나 봐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얼마나 안타깝고 속상한지 몰라요. 엄마 아빠 싸우시면 제 맘이 엄청 괴롭잖아요. 만약에 제가 똑같이 사랑하는 제 아이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싸우고 미워하고 등지고 지낸다면 제가 얼마나 괴롭겠어요. 하느님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슴으로 느낀 후에는 하느님이 얼마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지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언제나 사랑하시고 부르고 계시고, 우리가 응답해주기를 간절히 바라시겠지요. 그 마음을 생각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묵상해 보았어요. 그 말씀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가장 간절하고 절실한 호소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온전히 지킬 수 없는 도덕률 하나 던져준 게 아니예요. 하느님이 우리 모두를 너무 사랑하시니까 우리들끼리 미워하고 지내는 것을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는 거죠. 우리를 너무나 사랑해서 인간이 되시고 우리처럼 고통을 겪으셨잖아요.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그냥 던져주시는 계율이 아니라 당신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우리에게 간절하게 호소하시고 애원하시는 말씀이예요. 명령이 아니라 애원이지요. 하느님이 우리들끼리 미워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으신 거죠. 당신 보시기에 너무 괴로워서 살려달라시는 애원이예요. 하느님의 사랑을 마음으로 느끼니까 더욱 더 그 간절함을 알겠어요.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는다면 가족도 이웃도 미워할 수 없지요. 다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피조물이잖아요. 하느님께서 저를 사랑해주는 마음을 알았으니 온 마음을 다해서 갚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선교도 하고 미운 사람도 사랑하려고 애쓰고, 미운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어야지요. 저도 자신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봐야지요.“
오후에는 동생 가족이 왔어요. 올케가 또 맛있는 것을 만들어 주었어요. 남편과 애들은 안 왔어요. 이제는 제가 없어도 그럭저럭 잘 버티나 봐요. 생활이 엉망이지만요. 정말로 엉망이예요. 속이 많이 상해요. 애들도 보고 싶고,,,여수로 돌아가면 최대한 옛날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하느님한테 쓰는 시간을 조금 돌리려구요. 저와 제 가족을 위해서요. 하느님은 알아서 다 안 해주세요. 아주 많이 애를 태우시지요. 좀 더 특별하게 챙겨주시면 좋겠어요. 외롭고 지쳐서요.하느님이 좀 더 다정하셨으면 좋겠어요.
조카들 컴퓨터 게임하고 아빠 컴퓨터로 오락하시는 것 기다렸다가 겨우 컴퓨터 차지하고 글을 두어시간 썼어요. 이번에는 엄마, 아빠, 동생내외가 모두 한마디씩 했어요. 해로운 컴퓨터 앞에 그렇게 오래 앉아 있느냐고, 그러니까 살만 찌는 거 아니냐고, 어쩌려고 그러냐고...잔소리 듣고 너무 속이 상해요. 제가 정말로 세상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한테는 제일 중요한 일인데,,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외로워요
오늘은 참 외로웠어요.
행복한 날들 중에 불쑥 끼어든 외로움이라서
더욱 진하게 느껴져요.
세상이 알아주기에는
세상에 얘기하기에는
내 고통이 너무 진하고
내 기쁨이 너무 진하고
내 사랑이 너무 진해요.
짝사랑하는 사람처럼 외로워요.
내 사랑이 너무 진해서요.
질투하는 사람처럼 외로워요.
내 사랑이 너무 진해서요.
많이 외로우니
지난날들이 더욱 그리웠어요.
내가 세상에서 떨어져 있어서 그런가 봐요.
지난날들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오늘은 외로워서
많이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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