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성경을 읽고, 아침기도, 저녁기도를 한다는 것이 저한테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고해성사를 받은 후에는 ‘그래, 아이들 신앙교육을 게을리 하면 안 되는데, 성경이야기도 들려주고 기도습관도 갖게 해야 하는데’ 라고 결심하지만 사흘도 못가서 잊어버립니다. 애들을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생각날 때면, 부랴부랴 침대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기도문을 읽어주곤 합니다. 애들은 성호경을 긋고 나서 졸린 눈을 하고서 제 기도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어떤 때는 하느님께 간단히 몇 마디 하게 하고, 어떤 때는 저녁기도문을 읽어주거나 주모경을 외우게 합니다. 그런 후에 간혹 홍문택 신부님이 지으신 ‘어린이 고해성사 길잡이’라는 책에서 읽은 성찰항목들을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해줍니다. “오늘은 편식을 하지 않았는지, 형제간에 사이좋게 지냈는지. 부당하게 화내지는 않았는지,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았는지..,....” 생각나는 대로 하루반성거리를 이야기해주고 “하느님, 고맙습니다.” 라는 기도로 마무리합니다. 제가 한 가지씩 이야기할 때마다 둘째는 “뜨끔, 뜨끔”하고 아예 후렴으로 답합니다. 그러는 둘째가 귀여워서 혼자 킥킥대고 웃습니다. 제가 웃어도 녀석 표정은 자못 심각합니다. “너는 아멘 대신 뜨끔이냐? 그만 말해. 속으로만 반성하라고.” 라고 이야기해주어도 “뜨끔”소리는 계속됩니다. “너 오늘 무슨 일을 했길래 계속 “뜨끔, 뜨끔” 하는 거야?“ 라고 묻고 싶어지지만 애써 참습니다.
하느님을 믿을 때도 있고, 안 믿을 때도 있어서 자칭 ’반반신자‘라는 둘째는 ”뜨끔, 뜨끔“ 하고 반성을 잘하는데, 정작 오래된 신자인 저는 자잘한 일들은 살피려 들지도 않습니다. 조그만 녀석이 무에 그리 큰 잘못이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자꾸 진지하게 ”뜨끔“ 거리니까 오히려 제가 더 ’뜨끔‘합니다. 매 순간 제가 하는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들에 대해 바로 바로 ’뜨끔‘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매 순간은 커녕, 매일 저녁에도 안하니, 그것 또한 ’뜨끔‘할 일이지요. 둘째의 우스운 ’뜨끔‘ 후렴구 덕분에 제가 성찰에 게을렀던 것까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생각과 말과 행동을 매순간 잘 성찰해서 하느님의 훌륭한 자녀로 살아가는 은총을 얻고 싶습니다.
“하느님,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요? 신앙인으로서 성찰만 제대로 했더라도 지금쯤 더 나은 모습의 레지나로 살고 있을 텐데요. 노력도 안했네요. ‘뜨끔’에 게을렀으니 40년 넘게 무늬만 신자였던 셈이지요? 그 동안 저를 지켜보시면서 얼마나 애태우셨어요? 죄송해요, 하느님. 지금까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제 맘대로 생각하고 통회하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요? ‘교리상 이게 죄가 될까?’라는 것만 따지려고 했지, ‘하느님이 보시기에’를 기준삼지 못했어요. 미처 당신 사랑을 실감하지 못하고 성찰하는 데 게을렀던 탓이예요.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훌륭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당신 품으로 더 가까이 가도록 기다려 주실 것을 믿어요. 그리구요, 하느님, 저에게 사랑스런 아들들을 주셔서 고마워요. 우리 가족들 손 꼭 잡고 같이 걸어 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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